[심규철 칼럼] 모르는 사이 뺑소니범이 되지 않으려면

심규철의 일상법률 이야기(15회)

심규철 변호사 | 기사입력 2017/08/24 [18:24]

[심규철 칼럼] 모르는 사이 뺑소니범이 되지 않으려면

심규철의 일상법률 이야기(15회)

심규철 변호사 | 입력 : 2017/08/24 [18:24]

# 아파트 단지 내에서 어린 아이를 친 사고를 중심으로

 

 심규철 법무법인 에이펙스 변호사

A씨는 출근길에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앞서 가던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갑자기 차 앞으로 지나감에 따라 서행하던 자신의 승용차 조수석 범퍼 부분으로 가볍게 아이의 다리 부분을 치게 되었다. A씨는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아이의 상태를 살피고 언젠가 들은 바 있는 교통사고 직후의 대처 요령이 생각나서 아이에게 병원에 가자고 하였으나 아이는 크게 다치지 않은 상태라서 그런지 학교에 늦었다면서 학교에 빨리 가야한다며 뛰어 달아나다시피 하므로 뛰어가는 아이를 10여 초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냥 자신의 차를 운전하여 회사로 출근하였습니다.

 

사고 현장에서는 아파트의 경비원이 시종 지켜보고 있었고 아파트의 구내엔 CCTV도 설치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그 사고와 관계없이 학교에 지각을 했는데 담임선생님이 지각 이유를 물어보자 ‘등굣길에 사고를 당해서 지각했다’고 이유를 댄 것이 발단이 되어 선생님은 아이의 사고 사실을 부모님께 알렸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은 자신의 아이를 쳐놓고도 그냥 가버린 운전자가 괘씸하게 생각되어 뺑소니 차량의 운전자를 붙잡아 처벌해달라는 진정서를 관할경찰서에 제출합니다.

 

그에 따라 경찰서에서는 우선 아파트구내의 CCTV를 판독하여 가해차량을 알아내는 방식으로 A씨의 신원도 파악하여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혐의로 입건하게 되었습니다.

A씨는 유죄인가? A씨 운전의 차는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에는 그 차의 운전자 등은 즉시 정차하여 1)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 2)피해자에게 인적사항(성명`전화번호`주소 등)제공 등의 조치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은 위 도로교통법 상의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교통사고자에 대하여 통상의 교통사고보다는 중형에 처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고의 야기자가 누구인지를 모르게 하여 피해자 측으로 하여금 적절한 구호나 피해구제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행위에 대하여 가중처벌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막상 사고를 일으키게 되면 특히 출근길 같은 경우엔 마음도 바쁘고 한 상황에서 더욱 당황하여 침착한 대응을 하지 못하여 나중에 본의 아니게 뺑소니 범으로 몰려 억울해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자동차종합보험도 들어 있고 사고도 경미한데 굳이 뺑소니를 했다고 의심받는 자체가 억울한 면이 있습니다. 더욱이 아이가 괜찮다면서 학교에 늦었다고 도망가듯 뛰어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하고 가해자는 항의를 할 법도 한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 가장 이상적인 처리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으면 가장 좋았겠습니다만 아이가 괜찮다면서 도망가듯 뛰어간 상황에선 이는 불가능해 보이고(법도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논리로 책임성을 조각하지요)그 다음에 가능한 범위에서 가해자가 해야 할 조치는 자신의 인적사항을 어떤 방법으로든 알게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입니다.

 

위 사례의 경우 아파트 경비원에게 자신의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주면서 아이의 집을 알아봐 달라고 요청하면서 혹시 아이의 부모 등 누가 가해자를 찾으면 자신에게 연락을 달라고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와 같은 경우 더 좋았던 조치는 아이가 학교에 늦었다면서 달려갈 때 아이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학교에 데려가 담임선생님을 만나 사고 경위를 말하고서 자신의 인적사항을 남기는 등의 조치였을 것입니다만 사고 순간에 당황하다  보면 그렇게까지 생각이 돌아가지 않을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따라서 사고를 당하면 일단 병원에 피해자를 데려가는 조치를 취해야 하겠으나 사고가 경미한 경우 특히 피해자가 어린 아이일 경우 괜찮다면서 그냥 가려고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데 이때 ‘괜찮겠거니’ 하고  그냥 현장을 이탈하면 본의 아니게 뺑소니 범으로 몰려 곤욕을 치르게 되는 것입니다.

 

사고 당시의 상황에서 병원이나 학교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 어려운 경우엔 자신의 인적사항(이름, 연락처 등)을 정확히 기재하여 아이의 주머니에 넣어주든가 하는 등의 조치만큼은 해야 하는 것입니다.

위 사례보다도 나름 더 적극적으로 대처를 했다고 보여지는 다음의 사례에서도 법원은 도주의 범의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등교시간에 학교 부근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교 학생의 다리부위를 가볍게 충격한 사고에서 가해자는 차에서 내려 피해자를 살피고 병원에 갈 것을 수차례 권했으나 피해 아이는 “괜찮다,병 원에 가지 않겠다 ,학교에 가야 한다”고 하여 피해자에게 병원에 갈 수 있도록 돈 5만원을 쥐어 주고 약을 사 먹으라고 하면서 피해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정문 앞 도로까지 피해자를 태워 주고 피해자 혼자 학교에 들어가게 한 사안에서 법원은 1심은 뺑소니의 범의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2심은 “피해자의 거부로 강제로 병원에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하더라도, 피해자를 그냥 피해자의 학교 앞에 내려주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당시는 등교시간이기에 피해자의 학교 선생님에게 인계하고 사고 발생 사실을 알린 후 가해자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알려 주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사고의 야기자가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없도록 하였다며 유죄를 인정하였습니다.

 

따라서 억울하게 뺑소니 범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일단 교통사고를 야기하였을 경우 자신의 신분과 연락처를 피해자 측(피해자가 어린 아이라 하더라도)에 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다만 위와  유사한 사고의 경우 피해자인 어린 아이가 부모와 동행하고 있었는데 피해자의 부모가 괜찮다면서 그냥 가라고 하여 갔는데 나중에 뺑소니 범으로 문제가 된 경우에 도주의 범의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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