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직접 읽어보지는 않았을지라도 누구든 제목 정도는 알 정도로 정말 유명한 작품이다.
누군가의 소개로 이 책은 몇 년 전에 이미 한번 읽었었다.
EBS라디오 <고전읽기>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여기에서는 보통 1주일 단위로 고전 한 권을 소개해주고, 작품의 일부분을 낭독해주며 작품에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시 진행자는 구본형, 이희구씨였는데 [정의]를 주제로 한 작품에 이 책 <죄와 벌>이 선정되었다. 첫 날 방송을 듣고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바로 책을 구입하고 곧 읽어내려갔다.
라디오와 함께 책을 읽어가는 경험은 참 신선하고 좋았다. 무엇보다 구본형 선생님의, 작가와 작품 해설은 <죄와 벌>을 읽는 내 시야를 더 확장해줘서 작품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보는 행운을 경험하게 했다. 1년 넘게 애청자로 독자로 사랑했던 프로그램 <고전읽기>는 이후 종영했다. 비록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울고 웃었던 구본형 선생님은 이 프로그램 진행 중 고인이 되셨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보면 그분이 함께 떠오른다. 그래서 이번에 <죄와 벌>을 다시 읽으면서 팟케스트로 남은 <고전읽기 방송분>을 같이 들었다. 팟케스트를 들으면서 구본형 선생님을 목소리로나마 만날수 있어 반갑고 좋았다.
이 작품을 처음 읽을 때는 가난이 인간의 존엄성을 얼마나 침해하고 비참하게 만드는지가 마음을 크게 그리고 깊이 파고들었었다.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프와 가족, 소냐와 가족들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가는 주범인 가난이 커다란 존재로까지 느껴졌었다. 물론 작품 말미를 보면 딱히 새드 엔딩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된데에는 종교와 소냐의 사랑 이외에도 금전적인 문제 해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강하게 남기도 했다.
두번째 읽어보니 처음 읽을 때와는 좀 더 다른 게 눈에 들어왔다. 라스콜리니코프가 노파를 살해하게된 이유를 좀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가 고백하는 부분이나, 라스콜리니코프를 살인자로 의심하는 예심판사 포르피리가 그를 몰아붙이는 대목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어보았다. 그리고 처음 읽을 때는 눈여겨보지 않았던 인물들, 예를 들어 두냐의 약혼자인 루진과 그의 룸메이트나, 스비드리가일로프같은 주변인물들을 주목하며 읽으니 흥미롭기도 하고, 전혀 다른 작품을 읽는 것 같기도 했다. 작품 속에서 각 인물들이 영향을 미치는 방향등을 내 마음대로 가늠해보기도 했다.
한 작품을 두번을 읽으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았어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은 작가 '도스토옙스키'가 주는 매력이었다. 감옥에서 수감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신문기사 한 조각으로 이런 대작을 써낼수 있는 작가란.. 정말 대단하고 매력적이지 않은가!
깊은 고뇌 속에서 오랜 세월동안 숙성해서 써놓은 것같은 작품이 생활고에 떠밀려 급하게 써내려간 책이라는 것도 놀랍고, 그렇게 폄하하기에는 인간 본성의 저 깊은 심연을 휘휘 저어 독자들에게 드러내준 것같은 집요함과 전문성에 더 놀라게 된다. 작품만큼 흥미롭고 드라마같았던 그의 삶이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에 연민과 존경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책 뒷부분도 재미있다. 작품 해설과 더불어 이 작품과 관련된 사상도 소개하고 있고, 비슷한 내용과 구성을 보이는, 다른 작가의 작품도 소개해주고 있다. <죄와벌>의 무대가 되는 곳의 사진도 있어 더 반갑다. 도스토옙스키의 일생을 소개하는 내용도 당연히 들어있다. 묵직한 작품을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작품명: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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