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알게 된 건 영화를 통해서다. 최근 개봉했던 [석조저택 살인사건]이라는 영화의 원작이 책으로 나와있다는 말에 책을 찾아보았다.<이와 손톱> 책 제목이 [석조저택 살인사건]이라는 영화 제목과는 이질적인 느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책과 영화의 내용을 짐작케하는 힌트가 되어주기도 했다.
'석조저택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서 이와 손톱이라는 증거가 발견되었나 보다'하는..
한 사나이가 있다. 농부가 될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마술사의 길을 택한..어느 날, 그는 한 여인을 만나 사랑하게 되고, 그들은 결혼한다. 그리고 그 여인은 갑작스럽게 죽게 된다. 아내를 잃은 남자는 아내의 죽음에 의혹을 품고 살인자를 찾아 나선다.
석조저택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이 책은 몇 가지를 알고 보면 더 놀라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55년에 출간되었다. 이게 의미 있는 이유는 이 작품이 쓰여진게 60여 년 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개되는 내용이나 방식이 매우 현대적이고 세련되었다. 그래서인지 처음 보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들어 재미있었다. 게다가 이 책이 처음 출간될 당시에는 책의 뒷부분을 밀봉해놓았다고 한다. 책 앞부분을 읽고 재미가 없으면 반품해도 좋다는 의미였다는데, 작품 내용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조치였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영업 전략으로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들인 효과도 분명 있었으리라고 본다.
한편, 작품 구성 방식도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두개의 전혀 다른 이야기가 한장, 한장 교차되어 진행되다가 후반부에 가서 만나는 방식인데,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장면들이 교차되듯이 진행되는 효과가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소설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A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고, B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다 보니 마침내 소설의 마지막 부분.. 그리고 그제야 풀리는 의문과 의혹들..
글이 긴장감있게 진행되다 보니 주인공의 행적과 감정선을 무작정 따라가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작품 후반부에 보이는 주인공의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도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었다. "왜 굳이? 왜 이렇게 까지?" 하며 저절로 주인공에게 질문하는 내용에 대해 주인공이 읖조리듯 대답해 주는 부분이 있는데, 독자와 인물간의 이런 주고받음의 매력이 있으니까 허구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라는 장르에 빠져드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법정 드라마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판타지적 느낌도 강하게 받았다. 그건 아마도 주인공의 직업이 마술사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마술사 이미지에서 떠오르는 허구, 판타지, 광대 같은 슬픈 느낌이 작품 전반에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내 주관적인 느낌이다. 그런 판타지적인 분위기와 상충되어 보이는 법정의 딱딱하면서도 치밀하고, 정치적인 분위기가 이 작품의 양대 축을 이룬다. 이 대조적인 분위기에서 오는 묘한 긴장감과 이질감이 이 작품을 더욱 인상적이게 만들었다. 이 소설의 끝이 이야기의 마지막이 아닌 것 같은 느낌과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은 거친 마무리는 이 책을 읽은 후에도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고 되새김질을 하게 한다.
"어떻게 그랬을까? 어떻게 될까?"
작품명: 이와 손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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