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동네 군포에서 늘 만나는 사람을 만나 어떻게 사는지, 언제 행복했는지, 어떤 바람을 갖고 있는지. 우리 동네 사람들의 ‘이 순간, 삶터의 가지각색 사연들’을 보도한다.
산본 역 지하의 대형찜질방 산본스파랜드를 2014년 여름부터 운영하고 있는 김하수 대표(48세)가 장사 잘 되냐는 질문에 요즘 손님이 많이 줄어서 걱정이라면서 이름 바뀐 것을 정정해준다. 군포에서 가장 큰 업소 중 하나인데 적자 운운하여 엄살이 심하다는 생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 지난 중복 날 부곡마을 삼복잔치를 응원 차 참여했을 때 산본스포랜드 사장님을 소개하니까 동네사람 남녀노소가 환호하며 환영하던데 이 동네에서 좀 인기가 있나 봅니다.
스포랜드가 아니라 스파랜드입니다. 제가 인수하기 전에는 이름이 스포랜드였지요. 그나저나 인기는 무슨.... 군포시의 중심상업지역인 산본 역 지하에 목욕탕이 있다 보니 동네분들이 아는 목욕탕 사장이어서 환영하셨지 않나 생각합니다.
#요즘 우리동네 군포 여기저기에서 대표님에 대해 수런수런 수다가 많은데요, 우리동네 사람으로 인연을 맺게 된 이야기를 하자면요,
3년 전에 이 목욕탕을 인수했지요. 그보다 전에 산본역사 상가가 복잡하게 얽혀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제가 그 업무를 보러 왔었고 법정관리가 끝날 때 쯤 스포랜드도 계약기간이 끝나고 해서 인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군포는 1년 전에 이사를 왔습니다. 그 동안은 구리에서 출·퇴근했지요. 작년에 군포, 이 동네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맘을 먹었지요. 도서관에 가서 군포시사를 읽으며 동네역사에 대한 공부도 하고 이곳저곳 시민·사회단체와 동네 가게들과 인연을 맺으며 이 동네 구성원이 되려고 나름 노력을 했습니다.
#1년 살았는데 20년 산사람보다 군포를 잘 아는 것 같습니다. 군포마을, 사람 등 이 동네 어때요?
글쎄요. 우선은 수리산으로 둘러 쌓여있어서 군포시민들은 수리산을 무척 사랑하고 아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유명하고 훌륭하신 분들이 많이 사시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규모로는 전국에서 두 번째 작은 도시인가요? 작은 도시라서 그런지 동네가 움직이는 특성들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마을공동체를 형성하면 군포만의 문화·정치·교육·환경 등을 주민의 손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도시인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생활은 서울에서 잠은 군포에서, 베드타운처럼 여기는 사람도 많아 문화정체성이 없는 도시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모습이 혼합되어 있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 동네사람 구성원이 되기 위한, 인연의 시작은,
우리 목욕탕에 시민식당 밥시술시 전단지가 있더라고요. 찾아가 보았죠. 거기서 동네 사람들도 만나고, 시민·사회단체 사람, 고향 선후배들도 만나고... 시작은 거기서 했던 것 같습니다. 동네사람이 되려고 웬만하면 회원이 되어 동행자가 되었죠. 그게 이 동네 사람들과 인연의 시작입니다.
# 요즘 목욕탕은 때 닦는 곳이라기보다는 힐링공간, 문화복합공간으로 보여요, 현실은 어떤가요?
지금은 그런 시절이죠. 집에 샤워시설이 잘 되어있어서 씻지 못해서 목욕탕 오는 경우는 잘 없죠. 이제는 목욕탕의 고유의 기능 보다는 다양한 문화를 즐기며 휠링하는 쉼의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헬스와 찜질방, 피부미용기능, 골프, 요가, 음식, 영화관람 등등 문화복합공간이라는 말도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씻고 잠자고 건강관리하면서 몇 시간 쉬고 놀고 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사실 중심상가 산본 역 지하에 있다 보니 저한테 이 목욕탕을 힐링·쉼休의 장소, 문화를 만드는 문화복합공간으로 꾸며보라고 요구하시는 동네사람도 있지만 아직 저의 능력이 부족하여 제대로 된 문화복합공간을 못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 있는 것도 제대로 경영을 잘 못하는 실정입니다.
# 목욕탕 운영하면서 애로사항도 있을 것 같은데,
목욕탕이 뜨신 물 틀어놓고 표만 받으면 되는 줄 아는 데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기 때문에 설비와 부품 소모가 빠르죠. 수선비로 나가는 돈이 큽니다. 24시간 손님이 있으니 고장난 기계를 고치는 것도 쉽지 않죠, 특히 여탕 쪽 기계는 남자가 못 들어가니 자정 청소할 때 무슨 작전하듯 작업해야 합니다. 벌어서 고치는 데 많이 쓰죠. 손님들은 사정도 모르고 요금 낸 만큼 물을 안 썼다고 수건을 가져가기도 하지요.
일 년에 수건 5천장 정도 없어집니다. 주차장에서 그 수건으로 차 닦는 손님을 발견한 적이 있었는데 그냥 인사하고 지나갑니다. 찜질복도 없어지고 심지어 빗도 가져갑니다. 그러려니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처럼 ‘훔친 수건’이라고 수건에 찍는 것도, 수건에 칩을 넣어 출입문에서 삑삑 소리 나게 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렇게까지 할 마음 없어요. 서로 품위 떨어뜨리는 일이고요.
# 목욕탕에 이런 저런 사람 냄새 나는 사연도 있을 것 같은데,
우리 가게 최고령 단골손님은 94세 할아버지인데 하루도 빠짐없이 등산 후 목욕하러 오십니다. 정정하고 쾌활해 손님과 직원이 모두 그 어른을 좋아합니다. 여탕에서는 단골손님들끼리 공동구매를 합니다. 토마토, 매실, 건어물 등을 산지에서 구입해 나누기도 하는데 목욕탕 환경을 위해서는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손님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모습은 보기 좋거든요. 일장일단이 있는 거지요.
그외 맛집, 스포츠, 등산 모임 등등 손님들끼리 커뮤니티를 구성해서 활동들을 하는 것을 보면 지역문화를 만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옛날 마을공동체로 살았던 시절, 여자들의 우물터, 남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꿈이 사업가 이셨나요? 살아 온 날 동안 잘 살았던, 실패를 극복한, 행복한 기억이 있다면
글쎄요. 사업을 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함이고 돈은 가족과 내 자신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겠지요. 사실 전공과 꿈대로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겠지요. 지금까지의 삶은 다 그때그때 최선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런 저런 선택의 기로에서 스스로 결정했고 그 선택에 실패도 있었겠지요.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군대시절? 그때가 가장 인생이 단순했던 시절이어서 그랬나 봅니다. 젊어서 번 돈으로 부모님 캠핑카를 사드린 게 제가 한 일 중에서 젤 잘한 일 같습니다. 아버지가 퇴직하고 집에 계실 때는 집에 약봉지만 쌓여 갔어요. 그때 아버지 캠핑카를 마련해드렸는데 노후를 팔도강산 유람하시면서 사십니다. 그게 돈을 벌어서는 젤 잘한 일 같습니다.
# 앞으로 남은 창창한 인생에 꿈이랄까 목표가 있다면,
평범함이 제 꿈이자 목표입니다. 자식으로서는 제 가정 잘 꾸려 부모님이 제 걱정 안하시게 하는 것, 아버지로서 자식들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 목욕탕 사장으로서는 기업경영을 제대로 해내는 것, 군포시민·사회의 동네 사람으로서 제 자리를 겸손하게 지키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재미있게 살고 싶고 혼자 말고 동네 사람의 구성원으로 사는 재미를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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