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

[칼럼]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

김영호 언론광장 대표 | 기사입력 2015/06/18 [12:50]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

[칼럼]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

김영호 언론광장 대표 | 입력 : 2015/06/18 [12:50]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

 

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이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 은행대출을 내서 집을 사라는 경기부양책이 전세대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임차가구 비율이 43.5%이다. 오갈 데 없는 세입자들이 빚을 내서 집을 사거나 집세를 올려주니 딴 데 쓸 돈이 없어 내수진작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이 크다. 전세값을 올려달라는데 세입자는 돈이 없고 집주인은 전세값을 올려도 금리가 낮아 이득이 별로 없다. 그 까닭에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지난해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비율이 32.8%로서 2011년의 15.4%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벌어도 벌어도 이자를 내거나 월세를 내고나면 남는 게 없다.

 

 한국은행의 자료를 보면 전월세 보증금이 2012년 486조6,000억원으로서 명목GDP의 35.3%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그것이 2000년에는 147조9,000억원, 23.3%이었다. 이 증가세를 감안하면 전세대란으로 인해 전월세 보증금이 크게 늘었을 것이다. 전월세값이 10% 오르면 가계소비가 4.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대란이 내수진작에 찬물을 끼얹었음을 말한다. 전세대란은 세입자를 더 가난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무주택자의 소득을 유주택자에게 이전시켜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킨다.  

 

조세정책도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 이명박 정권이 직접세인 법인세-소득세를 대폭 인하했다. 박 정권이 그의 ‘부자감세-서민증세’정책을 답습함으로써 빈부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여기에다 담뱃세를 대폭 인상했다. 담뱃세는 간접세라 흡연자는 소득에 상관없이 똑같이 내기도 하지만 담배는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이 훨씬 많이 핀다. 담뱃값 4,500원의 73.4%인 3,318원이 각종 세금과 부담금이다. 하루에 한 갑 피는 흡연자라면 연간 내는 세금이 56만5,641원에서 121만1,070원으로 2.14배나 오른다. 9억원 짜리 아파트의 재산세와 맞먹는 액수이다. 

 

직접세는 누진세율을 적용함에 따라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갖는다. 반면에 간접세는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부과된다. 부자나 빈자나 같은 세금을 내는 역진성(逆進性)으로 인해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 그 까닭에 선진국에서는 직접세의 비율이 간접세보다 훨씬 높다. 2007년 기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 직-간접세의 비율은 58.5% : 41.5%로 차이가 크다. 반면에 한국은 간접세 비중이 더 크다. 2009년 직-간접세 비율이 48.9% : 51.1%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법인세-소득세를 인하한 바람에 그 비율이 45.5% : 54.5%로 간접세 비율이 더욱 커졌다. 여기에 담뱃세를 크게 올렸으니 간접세 비율이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 11일 1.50%로 또 내렸다. 지난해 8월 이후 네 번째 인하이다. 한국은행의 ‘2015년 3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란 자료를 보면 예금은행의 신규수신금리는 연1.92%, 신규대출금리가 연2.61%이다. 예금 1%대, 대출 2%대의 사상초유의 초저금리다. 그런데 대부업의 금리는 무려 34%선으로 요지부동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이 약탈적 고리대금에 피눈물을 흘리지만 박 정권은 본 척도 않는다. 케이블 TV를 틀면 여기저기서 대부업 광고가 요란하다. 신용을 가리지 않고 즉석에서 돈을 빌려준다며 급전에 쪼들리는 가난한 서민들을 유혹한다. 

 

대부업계는 일본 사무라이 자본이 평정했다. 외환위기가 터지자 IMF(국제통화기금)의 권고에 따라 1998년 1월 이자상한선을 연25%로 규제하던 이자제한법을 없애버렸다. 그 틈을 타서 일본자본이 대부업이란 간판을 달고 국내에 들어와서 고리대금에 나섰다. 작년 6월 자산 100억원 이상 대부업체의 자산규모가 10조1,605억원이다. 그 중에서 4개 일본업체가 시장의 42.2%를 점유한다. 이것은 2012년 12월의 35.6%에서 1년반만에 6.6%p나 급증한 것이다. 일본자본이 그 여세를 몰아 저축은행을 공략하고 있다. 일본자본이 소유한 SBI, OSB, 친애, OK, JT 등 5개 저축은행의 자산규모가 작년 12월 7조4,819억원로서 점유율이 19.8%에 달한다.  

 

이제 대부업계가 저축은행의 수신기능을 이용해 운영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예금을 받아 그 돈으로 고리채 놀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혈안인 것은 그 때문이다.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을 접수하면서 영업방식도 대부업을 닮아 대출금리가 상한금리인 29.9%에 육박한다. 여기에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운영자금을 훨씬 더 싸게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 사모채권을 발행하면 증권사, 보험사, 개인투자자들이 달려들어 금방 팔린다. 조달금리는 대체로 4%선이다. 3년전의 조달금리 10~15%에 비해 많게는 10%나 떨어져 폭리폭이 그 만큼 더 커졌다. 철학 없는 경제정책이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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