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통일을 하지 말자!
씨 뿌리지 않고 수확을 기대할 수는 없다!
김진웅(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입력 : 2017/04/25 [15:15]
▲ 김 진 웅(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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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캠퍼스 교정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지어 그 속을 거니는 모습이 아름답다. 사람이 꽃인지 꽃이 사람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나라 어느 곳이든 금수강산임을 만끽하게 하는 계절이다. 자연은 이다지도 아름다운데, 우리 사회는 불안하고 긴장감이 고조되어 있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한다느니, 미국 핵 항모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이동한다느니 등 무시무시한 말들이 우리의 일상으로 깊이 파고들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믿고 의지하거나, 마음을 안정시켜줄 지도자는 어디에도 없다. 더구나 박근혜 정권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이런 마음은 더욱 팽배해졌다. 높은 지위에 계신 분들은 모두 자신의 사욕만 챙긴다는 불신감이 팽배해 있으니, 이를 어찌할 것인가?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 물올랐음에도 국민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듯하다. 지금 한반도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하다. 분단문제는 남-북이 당사자임에도 미국과 중국이 우리의 생사를 좌우하는 듯하다. 여기가 우리 땅인지, 우리나라인지 어리둥절해진다. 우리는 그냥 미국만 바라보는 것이 최선인 듯한 분위기가 팽배하다.
답답한 마음에 독일 통일을 다시금 되돌아보곤 한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 평화통일을 이루었을까? 베를린장벽 붕괴 직후 독일생활을 회고하면서 내린 필자의 결론은 이렇다: 씨 뿌리지 않고 수확을 기대할 수는 없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수상의 동방정책(Ostpolitik)을 위시하여 독일은 20여년간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통일을 이루었다. 서독과 동독관계는 물론, 주변국과의 지속적인 우호증진관계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통일 전까지 서독은 마음을 비우고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마치 통일을 하자는 것보다, 차라리 통일을 하지 말자는 듯이 보일 정도였다. 다만 양국의 교류관계를 돈독히 하는 정책은 꾸준히 지속했다.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는가하면, 수 십 만 명에 이르는 동독 반체제인사들을 거금을 지불하고 데려오곤 했다. 또 이산가족방문 및 언론활동을 통해 양국 간 국민들이 서로 동질감과 신뢰감을 잃지 않도록 힘썼다.
이러한 서독의 지속적인 동독 포용정책은 동독시민혁명으로 이어졌고, 베를린 장벽을 붕괴시켰다. 그리고 통일은 미국 소련 등 4대 전승국의 승인을 받아야 했는데, 치밀한 외교정책을 통해 이러한 장애물도 슬기롭게 극복하였다.
독일 통일현장에 가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대통령이 외친다고 그냥 통일이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통일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핵심이다. 과연 우리나라 지도자와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하면서 남북문제에 임하여 왔는지 의구심이 든다. 동서독이 성숙한 어른같은 관계였다면, 남북한은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 관계처럼 보인다. 곧 탄생할 새 대통령은 이 문제를 많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전 국민의 생명과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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