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제2의 IMF 사태가 올 판이다. 1998년 재벌기업들이 과중한 금융부채로 인해 지급능력을 상실함으로써 금융-외환위기가 터졌다. 최근의 경제위기는 양상이 다르다. 재벌기업의 부채비율은 크게 낮아져 안정적이나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 경고음이 요란하다. 내수침체-수출감소의 장기화로 소득이 감소하는데 미국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민가계의 상환능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가계부채가 폭발위기로 치닫는다.
IMF사태 때는 제조업 기반이 튼튼했다. 그 까닭에 자산매각-대량감원을 통해 조속히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제조업이 붕괴위기에 처해 있다. 그것도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맡아온 주력산업인 조선, 해운, 철강, 유화, 건설 등이 동반침몰하는 형국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정책대응을 방기한 채 엉뚱한 짓만 골라서 한 탓에 부실규모를 키웠다. 금융위기와 함께 실물위기가 현실화하면서 한국경제의 숨통을 죈다.
지난 10년 동안 두 정권이 나라경제를 놓고 장난질을 일삼아 한국경제가 뿌리째 흔들린다. 경제정책이라곤 이명박의 환투기, 집투기, 박근혜의 규제완화, 집투기가 전부이다. 고환율정책으로 수출대기업의 환차익을 보장해줬다. 법인세를 내려 재벌기업의 곡간을 채워줬다. 아파트 투기를 조장한 바람에 전세대란이 일어나 서민대중이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4대강 바닥을 파내 시궁창으로 만들고, 자원외교를 한답시고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할 국고를 탕진해 버렸다.
박근혜는 창조경제라는 뜻 모를 소리를 나라경제를 살리는 묘약처럼 떠들고 다녔다. 재벌기업들에게 강제로 할당해 전국에 만든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표적이다. 억지로 떠맡기고 그것을 빌미로 돈까지 뜯어냈다. 그나마도 기존에 있는 테크노파크와 중복되는 사업이다. 박정희가 재벌에게 사업영역 정해주고 돈 뜯던 수법과 다를 바 없었다. 관권경제를 창조경제로 포장한 것만 다를 뿐이다.
‘박근혜표’규제완화와 창조경조의 상징물은 소형트럭을 개조해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이다.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푸드트럭을 활성화하라고 여러 차례 짜증을 내며 독려했다. 트럭개조 수요가 2,000여대나 있고 서민 일자리가 6,000개나 창출된다고 소리쳤다. 법령개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더니 고작 40여대가 장사를 시작한 모양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밥집, 술집이 넘쳐나는데 장사가 될 리 없다.
또 다른 ‘박근혜표’대명사가 있다. 자동차를 개조하는 튜닝이다.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에는 골동품 자동차 수집가들이 많다. 그 까닭에 1950~1970년대 승용차가 보통 2만~5만달러에 거래된다. 원형을 그대로 살려서 복원하면 그 값이 2배 정도로도 뛰어 차량개조업이 장사가 잘 된다. 한국에서는 그런 수집가도 없지만 외관개조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 극소수의 동호인들이 외관을 꾸밀 뿐이다.
아마 자동차 개조사업을 하는 사람이 민원을 낸 모양이다. 청와대가 국가경제의 기반인 제조업이 붕괴되는 상황은 외면한 채 규제를 풀어 자동차 개조를 산업으로 육성한다며 난리를 쳤다. 경제질서에 관한 규제를 ‘암 덩어리’, ‘쳐부술 원수’, ‘단두대에 올려라’, ‘불타는 애국심으로 사생결단해야’, ‘물면 안 놓는 진돗개 정신으로 규제를 개혁하라’등등 국가경제를 이끌어야 할 사령탑이 이 따위 유치한 짓에나 매달렸으니 나라경제가 파탄 날 수밖에….
수출이 2015~2016년 2년 연속 감소했다. 1957~1958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는 수출전망은 더욱 어둡다. 미국의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에 나서고 중국이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수입규제를 강화할 태세다. 2015년 제조업 가동률이 74.3%였는데 2016년 10월 70.3%로 떨어졌다. IMF 사태직후인 1999년 67.6% 이후 가장 낮다. 조류독감으로 매장한 가금류가 사상최대인 3,000만마리를 넘어 가금업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히고 있다.
경제불안에다 정치불안까지 겹쳤다. 국정운영 주체의 실종, 수구세력의 반격, 대통령 선거와 이념격돌, 개헌-호헌의 충돌 등등이 앞으로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자칫 금융위기와 실물위기가 함께 몰려올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구중궁궐에 갇혀 세상의 민낯을 본 적도 없는 ‘유신공주’, 사이비 종교 영세교 교주의 딸. 두 여인의 대를 이은 기이한 만남이 한국사회가 반세기 동안 이룩한 산업화-민주화를 분탕질했다. 영하의 한파를 뚫고 들불처럼 번진 천만촛불이 그들의 조종을 울린다. 하지만 국정농단, 헌정파괴를 규탄하는 외침은 높은데 경제파탄을 묻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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