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꾼2: 자, 어여어여 서두르세. 해 떨어지기 전에 당도해야지. 동트기 전에 떠났는데. 가마꾼1: 그려. 어서들 가세! -8회에 계속-
컴퓨터 속 아바타의 정령에 이끌려 시간여행을 떠난 서희는 꿈속의 꿈속에서 졸음에 벗어나려는 듯 안간힘을 쓰지만 컴퓨터 앞에 자고 있는 서희인지, 공장으로 팔려갔던 서희인지, 입 하나 덜기 위해 어린나이에 시집을 가는 서희인지, 환영속에서 서희는 혼재되어 벗어 나지를 못한다.
가마가 빨라지면서 좌우로 흔들리는 어린각시 서희. 날이 어두워지면서 바람은 더욱 차가와지고 졸음은 잦아진다. 자꾸만 환영에 빠져드는 어린각시 서희.
가마꾼1: 그래도 시집보낸다고 어려운 살림에 꽃가마 태어 보내려구 각시 어미가 얼마나 애써겠수? 에이구 휴~ 그 아비 맘은 또 어쩌겠슈 속이 숯검정이 되었겄쥬 가마꾼2: 하기사. 오죽하면 저 어린 것을 시집보내겄나 말이 시집이지 팔려가는 거나 마찬가지닌께 가마꾼3: 어이구 지꺼지리지 말고, 저 각시가 듣겄네 가마꾼1: 거기 가면 머슴간 아비가 기다린다지? 신랑 될 사람이 나이는 적지만 그래도 신랑집이 넉넉하다니께
가만 안 쪽으로 각시 들으라고 가마꾼이 소리를 지른다.
가마꾼1: 시방부터 각시 입걱정은 덜었수!!
가마꾼의 소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서희의 옆엔 시간여행을 시켜주는 아바타의 정령이 서희의 가슴팍에 앉아 있다. 꿈인지 생시인지 또 엄마가 보인다. 우물가에서 엄마가 고이 키운 닭을 잡고 있다. 무심히 들여다보다가 서희는 그 닭을 잡는 것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서희: 갑자기 왜 닭은 잡는데유? 수호: ... 서희: 기왕 잡을거면 며칠 전 아버지 오셨을 때 잡지 않구. 뭔 일 있슈? 수호: ... 서희: 그간 얼마나 공들여서 키었는디... 시방은 알도 낳고, 동생들 몸보신도 해 주는디, 아까워서 어쩐다유
엄마의 한숨이 얼마나 깊은지 서희 가슴팍에 딱 달라붙어 있는 정령이 파르르 떤다.
수호: 그만 지꺼여라. 내 손으로 한번은 고기라도 실컷먹여야... 서희: 엄니 왜 그려유? 근데 참 엄니 아버지 다녀가신 뒤로 뭔 그리 근심이 많아유
엄마는 말문을 닫고 닭 손질만 하다가, 한숨을 몰아쉰다. 뭔 사단이 단단히 난 것 같다.
서희: 뭔 일 있으시쥬? 밤에도 통 잠도 안 자고... 뭔 일여유? 수호: 근심은 무슨... 그냥 니들 고기 좀 먹이려고 그러지
문득 닭 손질하던 손길을 멈추고 저물어 가는 노을을 한참을 바라보다 또 한 번 깊은 한숨을 토해낸다.
옹색한 방안, 호롱불의 검은 연기가 나불댄다. 낮에 잡은 닭이 삶아져 쟁반에 올려져 있다. 어머니와 서희, 동생들이 둘러 앉아있다. 오랜만에 먹는 고기에 동생들은 입이 함박꽃이 피었다.
서동: 와~ 고기다! 서란: 엄니 오늘 뭔 날이유.. 누구 생일인감유 엄니!
서로 먹으려고 달려든다. 닭다리를 뜯어내려는 동생들을 엄마는 가차 없이 내리치며 손길을 막는다.
수호: 이건 서희 누나 먹을겨!
다리 두 개를 뜯어 서희 그릇에 다 넣어준다. 엄마에게 맞아 금방 울상이 된 두 동생은 손등이 빨갛게 되어 아픈 것도 잊고 닭다리 먹고 싶은 마음에 떼를 쓴다.
서동: 싫어 잉! 나도 다리 먹을텨. 싫어 누나 거 나한테 달란 말이야 서란: 왜 언니가 맛있는 거 다 주고. 엄니는 왜 그랴. 나도 닭다리 먹을겨 수호: 거기 날개 있잖여. 모가지도 있고! 다른 것도 많찬여~ 오늘은 안돼. 이건 오늘 서희가 먹어야 한다.
서희, 오늘따라 그런 엄마를 이상한 듯이 쳐다본다. 머뭇 머뭇
서희: 왜 그랴요 엄니?... 오늘 왜 이러서유? 수호: 아무 말 말고 먹어 서희: 엄니?... 엄니도 드시쥬? 왜 엄니는 안 드세요? 수호: 오늘 품일 나가서 실컷 먹었다 서희: 엄니는! 품일 나가서 누가 그리 실컷 먹여준댜 어디 엄니가 우리들 떼놓고 배불리 잡셔 본 적 있슈?
칭얼대는 동생들은 눈치가 보이고 다리 하나를 서희는 엄마 그릇에 넣어준다. 다시 서희에 그릇에 닭다리를 던지듯 돌려놓는 엄마 수호. 그 표정이 너무나 비장하고 슬퍼 보여 동생들도 떼를 멈추고 옹색한 밥상 앞에서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수호: 오늘은 아무 말 말고. 먹어라... 몹쓸 년이다. 이 에미가~~~흙
기어이 말을 흐리며 눈물 훔치는 엄마을 보며 서희는 심장이 아파 온다. -9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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