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메이데이는 투쟁의 날이다

[기고] 박선봉 前 민주노총 경기본부 조직부장

박선봉 前 민주노총 경기본부 조직부장 | 기사입력 2016/04/28 [12:32]

한국의 메이데이는 투쟁의 날이다

[기고] 박선봉 前 민주노총 경기본부 조직부장

박선봉 前 민주노총 경기본부 조직부장 | 입력 : 2016/04/28 [12:32]
▲ 박선봉 前 민주노총 경기본부 조직국장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메이데이 가지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그 중 가장 크게, 그리고 가장 많이 얘기되는 것이 메이데이를 가족과 이웃이 함께 할 수 있는 축제 형태로 바꿔 보자는 것이다.

 

메이데이가 노동자들의 잔칫날이고 생일인데 왜 항상 재미없는 집회만 하고 마느냐는 것이 그 비판의 초점이다. 그래서 외국처럼 우리도 메이데이를 집회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축제의 장으로 한 판 벌여 보자는 것이다.

 

나름대로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한국의 노동절은 다른 나라의 노동절과는 사뭇 다른 역사와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서구권 나라들은 노동운동이 체제내화 되어 있어 노동절을 투쟁의 날로 삼지 못하고, 기념 축제 정도로 생색내기에 그치고 만다. 그에 비해 한국의 노동절은 다가오는 임금인상투쟁 등 상반기 투쟁의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자본과의 한판 투쟁을 위해 겨우내 준비해 두었던 투쟁력을 맘껏 분출해내는 투쟁의 의미가 가장 크다. 그것이 노동절의 진정한 의미인 것이다.

 

2015년 9월 13일, 이 땅 2천만 노동자의 목을 죄는 끔직한 합의가 노사정간에 이루어졌다. ‘9.13 노사정 야합’이 바로 그것이다. 그날 합의한 것들은 그 어떤 노동법보다 노동자에게 치명적이고, 악랄한, 대놓고 노동자들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내용들이었다.

 

대한민국에서 ‘해고’라는 단어가 문제가 된 것이 김대중 정권 초기인 1998년이었다. 그때 정리해고제를 막기 위해 무던히도 싸웠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옥쇄투쟁을 마지막 보루삼아 정권과 사투를 벌였으나 끝내 정리해고제 입법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영상의 긴박한 어려움이 있을 때 노사가 합의나 협의를 해야 가능한 정리해고가 아닌, 사장이 보기에 업무성적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마음대로 해고를 시킬 수 있는 일반해고법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정리해고가 판치고 있는 살벌한 대한민국에서 이른바 ‘마음대로 해고법’을 자기들 마음대로 만들겠다는 선전포고인 것이다.

 

게다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이고, 취업규칙도 마음대로 바꾸고, ‘임금피크제’를 통해 50대 가장들의 임금을 대폭 깎겠다고 한다. 드러내놓고 자본천국, 노동지옥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100만원이 약간 넘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27%, 200만원을 못 받는 노동자가 60%를 넘는 대한민국이라는 삭막하고 살벌한 땅,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하는 젊은이들. 2014년 보훈처가 취업한 제대군인 3천 61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62.6%가 비정규직이고, 평균 연 소득은 2천 525만원으로 파악됐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를 넘어, 인간관계와 집을 포기하는 5포 세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꿈과 희망까지도 포기한 7포 세대라고 일컬어지는 그들. 이번 야합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노동조합이라는 최소한의 방패막이도 없는 중소영세미조직노동자들과 비정규직, 그리고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취업의 문을 통과해야 하는 젊은이들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무자비하고 무제한적인 이데올로기 공세로 인해 ‘노동개악’을 ‘노동개혁’으로 생각하는 국민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경제학자 존 K. 갤브레이스의 말대로 통념은 진실일 필요는 없다. 통념으로 한번 굳어지면 다중의 힘에 의해 거대한 파도로 나타나기 때문에 진실이 밝혀진다 해도 깨지기 힘들다.

 

문제는 이러한 통념이 대중의 작은 믿음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되고 세뇌되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제야말로 통념에서 깨어나 진실을 말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그런 노동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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