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시칼럼] 스쿼시 선수 학벌 끝판왕

squashpost.com 운영자 오성민

오성민 | 기사입력 2016/02/23 [12:58]

[스쿼시칼럼] 스쿼시 선수 학벌 끝판왕

squashpost.com 운영자 오성민

오성민 | 입력 : 2016/02/23 [12:58]

대학 평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대한민국에서는 대학교 줄세우기를 쉽게 볼 수 있다. 보통 SKY를 최고로 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에는 어떤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전세계를 대상으로 최고의 대학교는 어디일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하버드를 꼽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소위 “빡쎈” 하버드를 나오고 PSA를 뛰는 선수가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자, 실제로 있다. 바로 이집트의 알리 파라그(Ali Farag, 세계랭킹 22위)와 미국의 아만다 소비(Amanda Sobhy, 세계랭킹 8위)가 하버드 출신으로 현재 PSA 투어를 뛰고 있다.

 

▲ 하버드대 재학시절의 알리 파라그와 아만다 소비    © 하버드 대학교

 

이 둘은 하버드에 들어오기 전에 세계 주니어 대회에서 각각 준우승(알리 파라그)과 우승(아만다 소비)을 하면서 이미 그 나이 또래에서는 제일 잘하는 축에 속하긴 했었다. 이후 대학을 하버드로 정했는데, 그 이유는 마이크 웨이(Mike Way)라는 최고의 코치가 하버드에 있었기 때문이다(알리 파라그는 아버지가 하버드로 가라고 해서 갔다는 얘기도 있다). 마이크 웨이는 전 세계랭킹 1위였던 조나단 파워의 코치로도 유명했는데, 마이크 웨이는 현역 시절에는 그냥 평범한 선수였으나 코치로서는 최고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하버드 역시 체육 특기생을 받는데, 월드 주니어 대회의 우승자와 준우승자 정도라면 하버드에서도 받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하버드는 하버드다. 입학은 시켜줬으나 졸업은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업 다 들어야하고 시험도 다 봐야 하고, 성적도 F 안나오고 제대로 받아야 졸업이 가능하다. 물론 이런 운동부 선수들은 학점 줄 때 약간 봐주는 면이 있지 않냐고 학교 내에서도 논란이 있긴 하다. 아만다 소비는 이 외에도 여자부 WSA 투어 상금을 놓고도 특혜 시비가 좀 있긴 했는데, 표면적으로는 그냥 잘 넘어간 것 같다. 이 부분은 오늘의 주제가 아니니 구체적인 부분은 일단 넘어가도록 하겠다. 어쨌든 아무리 학교에서 사정을 봐준다고 해도, 시험 성적이 이건 누가봐도 말도 안되는 점수가 나왔다면, 이것은 정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평균보다는 약간 못 미칠지라도 그래도 F까지 나올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예상인데, 필자가 직접 이 둘의 성적표를 열람한 것이 아니라서 더 이상 뭐라 말은 못하겠다. 하지만, 운동부에 속해 있으면서도 간혹가다 평균 이상의 학점을 기록하며 졸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면 이들이 다닌 학교는 하버드 대학교이다. 생각만 해도 정말 대단하다. 그냥 죽자살자 공부만 해도 만만치 않을텐데 여기에 운동까지. 정말 "전인교육"의 완성판이다.

 

▲ 2015년 월드 오픈 8강전 vs 고띠에. 알리 파라그는 졸업 후에도 하버드 대학교 옷을 입고 뛴다. 나 같아도 하버드 나왔으면 그러겠다. 오른쪽 가슴에 있는 로고는 하버드 대학교 로고이다.     © 월드오픈

 

알리 파라그부터 얘기해보자면 하버드 대학교에 그것도 공대 출신이다. 혹시라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공업수학 문제 하나 주고 푸는 것을 보고 싶다. 스쿼시 치는 모습은 언제든 영상으로 볼 수 있으니깐. 대학교 들어간 이후 PSA 투어에서 알리 파라그가 자주 보이지 않던 이유는 아무래도 학교 생활을 해야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무리 날고 기어도, 하버드 다니면서 PSA 투어를 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쿼시를 아예 놓은 것도 아니다. 하버드를 비롯한 미국의 명문대들, 소위 아이비 리그에 속한 대학교를 비롯해 많은 대학교에 스쿼시팀이 있는데 이들이 참가하는 스쿼시 리그가 있다. CSA (College Squash Association)이라는 이름의 리그인데, 이 리그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 가끔가다 보면 한국인들도 보이는데 아마 현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2세들이 아닐까 추정된다(아니면 1.5세). 이 리그에서 뛰던 스쿼시 선수(? 음, 선수라고 하자니 좀 그런데, 일단 다음 줄에서 설명을 하겠다)의 대부분은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그 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고, 그게 아니더라도 스쿼시를 계속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찌보면 방금 전에 "스쿼시 선수"라고 적은 표현부터 수정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이 곳은 선수와 동호인의 구분이 모호해서 대학교 스쿼시팀에 있다고 해도 딱히 다른 점이 없고, 다른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학교 생활을 하고 거기에 추가로 본인이 선택한 운동을 더 할 뿐이다. 물론 이에 따르는 비용(원정 경기때 교통비, 숙박비 등등)은 학교에서 부담해주고, 성적이 좋은 상위 랭킹의 학생은 장학금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많지는 않다. 스쿼시팀에 속한 학생 수도 많아서 실력 편차 또한 제법 넓긴 하다. 스쿼시팀에 있다 하더라도 하위 랭킹에 있는 학생은 그냥 학교 밖에 있는 일반 스쿼시 클럽에서 제일 잘치는 "동호인" 보다도 훨씬 못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니, "선수"라고 하기도 그런 부분이 있는데, 아무튼 상황은 이러하다. 우리나라 경우처럼 가령 연세대 농구부, 고려대 농구부 이런 식으로 놓고 비교해보면 들어맞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미 특기생으로 정해서 들어오고 일반 학생은 아예 들어갈 수가 없지만, 해외의 대학교는 알리 파라그나 아만다 소비처럼 미리 정하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그 외에 트라이아웃(tryout)을 통해서 일반 학생들도 얼마든지 운동부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생각보다 진입장벽을 높게 쳐놓지 않아서 아주 불가능한 미션은 아니다. 그렇다고 초급자 레벨이 들어갈 정도까지는 아니고. 여하튼, 알리 파라그는 이후 마이크 웨이의 지도를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서 결국 대성하게 되는 길을 닦아놓았다. 2014년에 하버드 공대를 졸업하고 장차 이집트에 태양광 에너지 기술을 뿌리내리겠다는 목표를 들고 이집트로 돌아와서 13개월의 군복무를 마치고 2015년에 PSA 투어에 복귀했다 (부럽게도 이집트의 군복무는 우리보다 짧다!). 이후 주목할만한 성적을 보면 지난 2015년 월드 오픈에서 그레고리 고띠에를 거의 짐싸서 집에 보낼 뻔 했고 (3-2로 아깝게 졌다), 이번 1월에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있던 대회에서 쇼바기와 매튜를 연달아 잡고 우승까지 했다. 현 세대가 은퇴하고 나면 이후에는 페루 출신의 디에고 엘리아스와 알리 파라그가 스쿼시계를 이끌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 알리 파라그는 여자부 세계랭킹 7위인 누어 타옙과 2015년 가을에 결혼했다. 알리 파라그는 92년생이고, 누어 타옙은 93년생이다. 빨리도 결혼했다.

 

▲ 2016년 1월 쇼바리와 매튜를 잡고 우승한 알리 파라그. 역시 아직도 하버드 대학교 옷을 입고 뛴다. 학교 자부심 하나는 최고다. 당연하다, 하버드니깐.    © PSA

 

이제 아만다 소비 얘기를 해보자. 국적은 미국인데 이집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2세다. 하버드 입학 후 역시 마이크 웨이의 지도를 받으며 급성장한 케이스다. 현재는 세계랭킹 탑10에 진입해서 8위에 올라있다. 현재 아메리카 대륙(북미+중미+남미)을 모두 합쳐서 스쿼시 제일 잘 치는 여자다. 대학 시절 내내 독보적인 원탑으로 활약했고, 하버드 여자부 스쿼시팀을 결국 대학부 정상에 올려놓는데 큰 공헌을 했다. 하버드대에서 전공은 사회 인류학과 국제 보건이다. 알리 파라그보다 그래도 공부 스트레스는 덜 했을 것 같다. 공대는 한국이나 외국이나 책도 두껍고 많고 수업도 빡쎄다 (인문계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공대가 원래 저렇게 좀 빡쎄다). 보통 운동 선수하면 날렵한 몸에 탄탄한 몸매를 떠올리는데, 아만다 소비를 보면 운동은 참 못하게 생겼다. 토실토실하고 배도 좀 나오고 그런데 은근히 잘 뛴다. 최근에 뉴욕에서 했단 TOC 대회에서 이집트의 라님 웰릴리(1번 시드) 잡고, 잉글랜드의 앨리스 워터스(6번 시드) 집에 보내고, 이집트의 노란 고하(8번 시드) 역시 짐싸서 보내고, 상위 랭커 줄줄이 다 잡고 올라가서 결국 준우승까지 했다. 여자부 탑20 중에서 유일하게 왼손잡이인데, 힘도 엄청나게 좋다. 아만다 소비의 친동생인 사브리나 소비 역시 스쿼시 선수이며, 언니에 이어서 역시 하버드에 입학했다. 아직은 친언니의 실력까지 올라가진 못했다. 그래도 친언니가 워낙 잘해서 그렇지, 사브리나 소비도 한 때 세계랭킹 47위까지 올라갔었다. 현재 아직 20살도 안된 대학교 1학년이다.

 

▲ 2015년 US Open에 출전한 하버드 스쿼시 3인방. 왼쪽부터 사브리나 소비, 알리 파라그, 아만다 소비    © US Open

 

아만다 소비는 하버드 졸업 후 프랑스 출신의 티에리 링쿠를 코치로 두고 훈련해왔다. 마이크 웨이가 전 코치였고, 현재 코치는 티에리 링쿠라니, 생각만해도 참으로 부러운 조합이다. 이런 좋은 선생님과 재능이 만나면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스쿼시계 학벌 끝판왕 - 하버드 출신의 알리 파라그와 아만다 소비. 하버드 이상의 학벌 끝판왕이 또 있을까.

 


 

<필자소개>

 

  오성민

 

 

- 캐나다 스쿼시 랭킹 Top 100

- 캐나다 스쿼시 NCCP level 1 지도자 자격증

- 93회, 94회 전국체전 스쿼시 재외동포부 금메달

- 스쿼시 팟캐스트 ‘스쿼시톡’ 진행

- 스쿼시사이트 squashpost.com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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