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새해전망이 캄캄하다. 가계부채, 기업부채, 전세대란, 수출감소, 내수침체, 대량실업 등 위험요인이 지뢰밭처럼 산재해 있다. 곳곳에 복병처럼 도사린 경제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그 충격파가 연쇄파동을 일으킬 형국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이 국내금리 인상을 압박하면 내수침체가 가속화된다. 여기에 한계기업의 수지악화가 실업사태를 유발해 가계부채와 맞물리면 소비절벽이 우려된다. 수출전망도 어둡다. 중국경제의 가파른 성장둔화에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 하락과 미국의 금리인상이 겹쳐 수출시장인 신흥국의 외환불안을 고조시킨다.
경제성장의 견인차인 수출이 지난해 직격탄을 맞았다. 2011년 이후 이어온 무역 1조달러 행진이 5년만에 제동이 걸렸다. 작년 수출이 5,272억달러로 전년보다 7.9%나 감소했고 수입도 4,368억달러로 16.9%나 줄었다. 이로써 무역규모가 9,640억달러로 전년의 1조982억달러보다 10.2%나 감소했다. 수출주력상품의 품질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산업을 발굴하지 않은 탓이 크다. FTA만이 살 길이라며 실익도 따지지 않고 전방위 FTA에만 매달린 결과이다. 심각한 문제는 새해에는 수출여건이 더욱 악화되어 무역 1조달러 달성이 더 어렵다는 점이다.
기업부채가 심각하다. 민간기업의 상거래신용을 포함한 총부채가 작년 3/4분기 1,988조4,000억원으로 2,000조원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인데 내수침체-수출감소가 장기화하자 부실기업이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해 선정한 구조대상 대기업이 54개로 늘어났다. 절반인 27곳이 법정관리 또는 퇴출대상으로 지정됐다. 회사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알만한 굴지의 대기업으로 주로 조선, 해운,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 불황업종에 포진해 있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대량실업-임금삭감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이미 회사채 시장이 마비되어 우량기업도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는 실정이다.
박근혜 정권이 경기를 부양한다며 은행 빚 내서 집 사라고 독려한 탓에 가계부채가 폭증했다. 가계부채가 작년 9월 1,669조원으로 3/4분기에만 34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이 같은 증가세를 감안하면 작년말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돌파했을 것이 확실하다. 최경환의 경제부총리 취임시점인 2014년 6월 가계부채가 1,035조원에 달했으니 재임 18개월간 무려 170조원이나 증가한 셈이다. 그럼에도 작년 경제성장률이 2%대로 내려앉았을 것으로 예측된다. 벌어서 빚 갚기도 어려우니 소비가 오히려 위축된 까닭이다. 2014년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64.2%로 높아진 사실이 그것을 말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시장금리가 반등세로 돌아서면서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3%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활황세를 타던 아파트 분양시장이 얼어붙었다. 작년 11월 미분양 아파트가 한 달 전에 비해 54.3%나 급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예고와 가계대출 규제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 새해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규모가 강남권 2만2,500가구를 포함해 6만1,970가구에 달한다. 공급과잉과 금융경색이 맞물려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 가계부채의 폭발위험이 커진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최악의 전세대란을 예고한다는 점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창업기업의 1년 생존율이 60.1%, 3년 생존율이 38.2%이다. 튀김닭집, 커피집 같은 음식업, 숙박업 등을 차리면 10곳 중에서 4곳이 1년을 못 견디며 3년 안에 6곳이 문을 닫는다는 뜻이다. 자영업자는 가계대출을 받아 사업자금으로도 쓰기 때문에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자영업 부채는 작년 6월 519조5,000억원이다.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커지고 내수침체가 더 깊어지면 부채의 부실위험이 커진다.
내수경기를 진작하려면 총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그것은 소득증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까닭에 미국의 오바마가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추진하면서 임금인상과 노조가입을 역설한다. 그런데 박 정권은 반대로 간다.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노동정책을 밀어붙여 지갑을 닫게 만든다. 경제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을 상대로 이념-역사전쟁에나 몰두한다. 경제는 안정을 먹고 자라는데 경제불안에다 정치불안까지 조장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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