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깊은 늪에 빠졌지만 헤어나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응정책이라고는 고가품 소비세 면제, 정부주도 할인판매, 임시 공휴일 지정 따위가 고작이다. 내수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수출이 부진국면을 넘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국제유가 하락, 중국경기 부진 말고 더 심각한 원인이 있다. 수출주력업종의 대외경쟁력 약화이다. 내수침체에 수출감소가 겹치자 제조업의 매출이 줄면서 관련기업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추락한다. 불황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실업사태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주택경기 부양책을 밀어붙여 전-월세가 뛰자 세입자들이 은행 빚을 내서 집을 사거나 전-월세를 올려준다. 그 바람에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의 적색경보가 요란하다. 이 상황에 상시해고를 골자로 하는 노동개악를 추진한다. 주거불안에 고용불안까지 겹쳐 내수침체가 가속화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이 경제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을 상대로 이념전쟁에나 몰두한다. 종북척결을 부르짖더니 이제는 국정교과서에 매진해 국민간의 갈등과 대립을 조장한다. 경제불안에 정치불안까지 가중되어 사회불안이 팽배하다.
올 들어 수출감소 행진이 멈출 줄 모른다. 10월 수출액이 작년동기에 비해 15.8%나 감소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 이후 최대치다. 9월까지와는 달리 수출물량이 9.4%나 줄어 경종을 울린다. 선박 63.7%, 석유화학 44.9%, 석유제품 31.6% 등으로 수출주력품목의 감소세가 충격적이다. 13개 주력품목 가운데 수출액이 증가한 품목은 휴대전화가 유일하다. 베트남을 제외한 모든 수출시장이 줄었다. 수출의 1/4을 차지하는 중국 8.0%를 비롯해 미국 11.4%, EU 12.5%, 아세안 12.6%, 중동 25.4%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일본이 25.6%나 줄었다.
10월 원자재 수입이 29%나 줄어 연말까지 수출 감소세가 클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수출주력품목이 수요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2004~2014년 10년간 휴대전화만 빼고 자동차, 자동차부품, 기계류, 철강제품, 반도체 등 10개 주력품목의 세계교역비중이 줄었다는 것이다. 산업구조 차원에서 수출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중국이 가공무역 억제정책에 따라 중간재 수입비중을 축소하는데 이에 대처하지 못한다. 일본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수요변화에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수출대상국 5위로 밀려난 것은 수교 이후 50년만에 처음이다.
내수경기를 진작하려면 총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그것은 소득증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이라곤 재벌감세-서민증세와 통화정책을 동원한 주택경기부양뿐이다. 하지만 가계부채에 눌려 경기진작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0%대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전기대비 분기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그것을 말한다. 2011~2014년 4년간 16분기 중에서 13분기가 0%대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금년에도 1/4분기 0.8%에 이어 2/4분기 0.3%로 더 떨어졌다. 이로써 작년 2/4분기 0.5%, 3/4분기 0.8%, 4/4분기 0.3%에 이어 5분기째 0%대를 이어간다.
제조업이 내수침체-수출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은행의 ‘2014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제조업 매출액이 전년대비 1.6% 감소했다. 이것은 1961년 이후 처음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도 0.7% 증가했다는 사실이 제조업의 위기를 경고한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한계기업이 2009년 2,698개에서 지난해 3,295개로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부채를 안고 있는 자산 120억원이상 기업 중에서 5,285곳이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규모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이다. 이에 따라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 우량기업도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는다.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성장주도산업이 집단부실화되어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조선3사는 올해 7조4,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누적적자의 늪에 빠진 해운업은 합병이 거론된다. 건설업은 해외건설 저가수주로 한계상황에 처해 있다. 철강업은 무리한 계열확장으로 부실화됐고 석유화학은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만성적 적자경영이 전망된다. 그런데 박 정권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며 부실규모를 키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2,00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기업부채가 시한폭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엉뚱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세계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외의 여러 지표는 우리나라가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상황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으니 국가경제의 앞날이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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