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상 칼럼] 기생충 그리고 암정홍상의 일상건강이야기 (27회)
올 한 해는 기생충이 단연 화제입니다. 올 봄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더니, 가을에 접어들어 기생충을 잡는 구충제 이야기가 암 환자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구충제 가격이 오르고 품절이 될 정도라고 합니다. 그것도 사람 구충제가 아니라 동물 구충제라니, 놀랍습니다. 의료계와 정부는 계속 사람에게 임상이 이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동물 구충제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생충은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시작은 미국 조 티펜스라는 사람이 동물 구충제를 먹고 말기암이 나았다는 소식이 9월에 알려지면서입니다. 조 티펜스는 2016년 폐암 말기로 온 몸에 암이 퍼져 죽을 날을 기다리는 처지에서 펜벤다졸 성분이 들어 있는 동물 구충제를 먹고 3개월 만에 암이 말끔히 사라집니다. 그 이후 조 티펜스 복용법을 좇아서 한 후 암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기생충은 암과 관련이 있는 걸까요? 1800년대에 암이 기생충 때문에 생긴다고 주장한 학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1918년에는 덴마크 병리학자 요하네스 피비게르(Johannes Fibiger)가 쓴 논문이 나왔습니다. 스피롭테라(spiroptera)라는 기생충이 쥐에게서 위암을 일으킨다고 밝힌 것입니다. 1921년 이 업적으로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 기생충학설은 주류에서 밀리고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맙니다. 실제로 기생충이 침범한 세포는 암세포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특히 전이 암세포는 더욱 그렇다고 합니다. 펜벤다졸은 암세포의 포도당 섭취를 억제한다고 합니다. 암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무산소로 포도당을 발효하여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매우 많은 포도당을 소비합니다. 펜벤다졸은 세포의 뼈대에 해당하는 마이크로튜블 즉 미세소관의 형성도 방해합니다.
펜벤다졸이 들어간 약은 강아지와 고양이 구충제이고, 사람 구충제에는 알벤다졸이라는 성분이 들어가 있습니다. 펜벤다졸과 알벤다졸은 벤다졸이라는 이름이 같듯이 화학식이 아주 비슷합니다. 알벤다졸의 함암효과 여부에 대해 실험을 한 것이 국내에 있습니다. 2009년에서 2011년까지 국가에서 지원을 받아 쥐에 대해 실험을 하였습니다. 논문 제목이 <난소암세포접종 무흉선 누드마우스에서 알벤다졸의 복강내투여가 종양성장과 혈관내피성장인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조군에 비해 알벤다졸 투여 쥐는 복수가 줄어들고 혈관내피성장인자가 덜 발현되었습니다. 혈관내피성장인자가 적으면 암이 성장이나 전이가 어렵습니다.
자 우리에게 기생충은 지나간 옛날 일일까요? 회충은 사라졌는지 모르지만 다른 기생충이 몸속에서 기생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회충, 요충 등 선충류나 편충 등 조충류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원충류, 흡충류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적혈구를 먹고 사는 원충류도 있으며, 간에서 기생하는 간흡충, 폐에서 기생하는 폐흡충 등 수많은 기생충 종류가 있습니다. 기생충은 눈에 보이지 않게 많은 질병과 관련이 있습니다. 몸을 건강하게 그리고 암도 예방하기 위해 구충제를 정기로 복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날 것 특히 회를 자주 드시는 분들은 꼭 필요합니다. 생선을 따라 우리 몸속으로 여행을 왔을지 모르잖아요. 사실 날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구충제는 잘 흡수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야 장관에 사는 기생충을 죽일 수 있겠죠. 하지만 몸 안으로 들어온 기생충을 없애기 위해서는 흡수가 되어야 합니다. 흡수가 잘 되도록 기름을 함께 먹습니다. 조 티펜스는 비타민E, 커큐민(강황 추출물), 대마오일을 같이 먹었습니다. 우리에게 대마 오일은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올리브 오일이나 생들기름 또는 아마씨 기름 등을 대신 먹어도 괜찮습니다. 알벤다졸 성분이 들어 있는 구충제를 먹을 때 주의할 사항은 시메티딘, 프로톤펌프 억제제와 같은 위산억제약과 같이 복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두 약물은 모두 위염, 역류성 식도염에 흔히 사용되는 약물로 감기약을 비롯한 각종 병원약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으니 처방전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물론 임신부는 먹으면 안 되고, 망막에 문제가 있는 경우, 간 장애, 신장애가 있는 사람은 주의합니다.
자 이제 벌레 잡으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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