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본역에서 중심상가로 내려가는 육교 오른편에 자리한 미용재료 소매점 ‘멋피네’를 찾았다. 11평의 작은 가게라서 눈에 잘 띄지 않아 위치를 물을 때마다 바로 옆 대형약국(신진약국)을 들먹인다. 2010년에 개업했으니 올해로 9년 차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한 자리에서 용케도 잘 버티고 있다. 전형주 대표와 일문일답을 가졌다.
Q 어떻게 미용재료 소매점을 하게 되었는지? A 미용 관련 근무경험이 전혀 없었다. NCR이라는 미국 컴퓨터회사에서 20여 년간 근무하다 조기퇴직제(ERT)에 걸려 퇴직했을 뿐이다. 아내의 권유로 아는 지인이 하는 미용재료상에서 1년간 연수를 받고 가게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Q 10년 가까이 한 자리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성공비결은? A 초기 2년간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점차 적자 폭이 줄고 손님이 늘면서 3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해도 매출이 준 적이 없다. 큰 폭은 아니지만, 꾸준히 매출이 늘어난 것은 관심품목의 구색을 최대한 늘리고 항상 정가를 지키며 친절 상담으로 정직하게 영업해 온 덕분이라고 여겨진다. 전체 고객의 90%를 차지하는 중장년 여성 고객들을 단골로 이끈 데에는 아내의 붙임성이 큰 역할을 했다.
Q 영업 현황을 간단히 소개하면? A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지만 준비와 정리시간을 감안하면 30분 더 일찍 시작하고 30분 더 늦게 일을 끝낸다. 20여 메이커 제품을 취급하고 취급품목 수는 300가지 정도된다. 판매 상위제품은 염색제>샴푸류>헤어 기기 순인데 단가가 다소 높은 기기제품은 온라인몰의 가격 공세로 인해 갈수록 매출이 줄고 있다.
Q 영업상 애로사항은? A 반경 150m 이내에 경쟁업소가 두세 군데 있어서 손님들이 자주 가격 비교를 한다. A가게에서는 9천 원인데 왜 여기는 1만 원이냐고 따지거나 인터넷매장에선 싼데 왜 여기는 비싸냐거나 5년 전엔 9천 원이었는데 왜 지금은 1만 원이냐는 식이다. 경쟁업소에 확인해 보면 사실이 아니고 그간 물가가 올라 공급받는 가격이 올랐는데도 손님들이 가격을 깎으려고 둘러대는 경우가 많다. 젊은 층들은 구입 후에 변심반품을 하는 것이 다반사고, 가게 안에서까지 휴대폰으로 가격검색을 하며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설득하거나 정 곤란하면 손님을 돌려보낼망정 단 한 번도 판매가를 임의로 흐린 적이 없어서 지금은 그런 손님이 별로 없다. 결제 패턴도 95%가 카드결제, 심지어는 300원짜리를 사면서도 카드를 내민다.
Q 보람은? A 매출빈도가 높은 염색제나 샴푸, 헤어 기기에 관해서는 미리 각 제품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손님들에게 상세히 일러주고 손님의 상태나 취향을 고려하여 사용법도 친절히 안내해 준다. 이들 제품은 하나같이 Home-care 제품이라서 구매자가 사용법을 잘 모르면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형성된 단골들이 새로운 손님들을 소개해 줄 때 보람을 느낀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할 것이다. 다만 올해 들어 개업 이래 처음으로 매출이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기를 바라지만 한 달 경비가 5백만 원 이상 지출되다 보니 민감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자식들도 다 분가를 시켜 아내와 단둘이 먹고살 정도면 충분한데 높은 고정지출을 감당 못 할 지경이 되면 어쩔 도리가 없지 않겠는가(웃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취재를 마쳤다.
** 취재 후기: 한눈에 봐도 전형주 황선희 부부의 표정은 선하고 밝다. 얕은꾀를 부릴 위인들이 아니다. 60대 중반을 넘보는 나이에 이만한 일자리라면 삶의 행복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부부가 함께하는 소박한 일자리의 모범을 5년, 아니 10년 뒤에도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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