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상 칼럼] 피부에 대한 테러정홍상의 일상건강이야기 (25회)
버스 같은 곳에서 화장품이나 향수 냄새로 때로는 코를 찡그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살짝 머리가 띵할 때도 있습니다. 샴푸, 비누, 파마 등 온갖 인공 냄새가 우리 코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향수가 아니어도 향이 있는 상품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합성향이 대부분입니다. 화장, 향수 모두 개인의 자유이지만 건강에 해롭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화장을 하거나 향수를 뿌리는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중독’이 되어 냄새에 둔감해지겠지만 그 사람 건강에는 계속 영향을 줄 겁니다. 호흡기병, 피부병이 늘어나는 것이 이것과는 무관할까요? 향은 특히 접촉성 알레르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상품의 향기는 접촉 알레르기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향 물질이 표피에 침투하면 몸은 이것을 잡아 파괴해서 림프절로 보내고 이어 ‘전투부대’가 출동하여 알레르기가 시작됩니다. 향을 접촉한 피부 쪽만이 아니라 다른 피부 부위에도 전투부대가 출동하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전군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것과 같습니다.
‘청결 강박’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나치게 몸을 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라 해도 오늘날 사람들은 너무 깨끗함을 좋아합니다. 위생과 환경이 좋아지면서 감염병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제는 지나친 위생이 병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위생가설’에서 말하듯이 깨끗하고 위생적인 환경이 오히려 면역체계를 약하게 하여 알레르기를 증가시킵니다. 어릴 때 감염 물질, 미생물과 접촉이 없어지면서 면역체계의 발달이 늦어지고 그에 따라 알레르기가 늘어난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흙과 같은 자연 속에서 뛰어 놀아야 하는데 깨끗한 인공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면역문제가 생깁니다.
피부는 방어의 최전선입니다. 피부에는 보호벽이 있습니다. 각질세포가 그것입니다. 각질세포는 만들어지는 데 4주 정도 걸립니다. 4주에 걸쳐 완성된 방어벽을 우리는 한 순간에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이 각질세포를 묶어주는 것이 있습니다. 벽돌을 서로 묶어주는 일종의 모르타르와 같은 것입니다. 이 ‘모르타르’가 지방이 주요 성분입니다. 비누를 자주 쓰거나 하면 이 ‘모르타르’가 손상됩니다. 그러면 피부 보호막이 뚫리고 피부로 이물질이 쉽게 들어올 수 있습니다. 피부는 pH 5.5 정도의 산도를 가진 약산성입니다. 평균 4.5 ~ 6.5 정도 범위의 약산성 상태에서 피부는 최고의 면역 상태와 기능을 유지합니다.
비누를 비롯한 세정제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비누는 지방에 수산화나트륨을 반응시켜 만듭니다. 옛날에 비누 대신 쓴 잿물이 수산화나트륨입니다. 약 알칼리 성질을 띱니다. 비누의 약 알칼리성이 피부의 약산성 상태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약산성 상태에서 평화롭게 살던 피부 생태계가 엉망이 됩니다. 지방 성분인 피부 ‘모르타르’가 파괴됩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피부가 손상됩니다. 이렇게 손상된 피부를 위해 다시 새로운 케어제품을 찾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모순이 많이 있습니다. 비누로 유분을 씻어내고 다시 유분 보충을 위해 로션을 바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처음부터 피부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요? 수십만 년 전 숲에서 채집을 하거나 사냥을 하던 몸(지금도 유지되는 그 몸)은 비누를 알지 못했고, 로션도, 온갖 케어제품도 몰랐습니다.
물은 더러운 물질을 훌륭하게 씻어냅니다. 매일 씻어야 한다면 비누를 쓰지 말고 물로만 씻는 것이 좋습니다.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피부에 대해서도 새겨들어야 할 말입니다. 자연인처럼 살 수는 없지만 요점은 되도록 피부에 간섭을 덜 하자는 것입니다. 피부에 대한 테러(?)를 멈추고 피부 스스로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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