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이하 비엔디)를 아시나요? 영어 Bread(빵)과 Diet(식사)를 합한 말로서 ‘좋은 빵으로 건강한 식사하기’를 모토로 삼는다. 비엔디는 여느 빵집과 달리 유별나다. 첫째 주인이 목사라는 점이요, 둘째 No 설탕&계란&우유, No 쇼트닝&마가린&버터로 만들어진다는 점이요, 셋째는 무인판매를 한다는 점이다.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그 속살을 들여다보자.
아침 7시 반 취재차 방문했더니 주인이자 제빵사인 함경훈 목사가 열심히 빵을 굽고 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팔리는 빵들은 죄다 24시간 이내에 만들어진 신선한 빵들이다. 그가 제빵사가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몇 년 전 서울 경기 지역 4곳의 요양병원에서 3년간 환자를 돌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병의 원인이 잘못된 식습관, 즉 과다한 음주와 단 음식 섭취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한다. 이때부터 건강한 먹거리로 만든 ‘일용할 양식’을 만민들에 베풀고자 2007년 서울 이촌동에 비엔디 1호점을 열었다. 올해 1월 군포 수리동 8단지 계룡아파트 상가 지하1층에 문을 연 비엔디는 2호점이다. 6평 남짓의 오픈 코너에 갖춰진 제빵시설과 진열장은 작고도 소박하다. 거기서 그는 매일 아침 일찍 빵을 만든다. 그가 만드는 빵들은 한마디로 착하다. 트랜스지방 덩어리인 쇼트닝, 마가린, 버터 외 화학적 첨가물은 물론 정백당, 계란, 우유도 최대한 배제한다. 대신 통밀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껍질째 분쇄한 전립분으로 빵(Pain Comlet)을 만든다. 정제염 대신 천일염 중에서도 미네랄이 살아있는 토판염을 사용하고, 단맛은 설탕 대신 우리쌀과 엿기름으로 만든 조청과 허브 잎사귀로 만든 스태비아 분말을 사용한다. 마가린과 쇼트닝 대신에 코코넛유, 현미유 등을 사용한다. 설탕과 결합해야만 식감을 내는 계란, 우유 대신 코코넛유를 가미한 대두레시틴이나 아몬드가루로 맛을 낸다. 이런 건강한 재료로 24시간 이내에 전 과정을 마무리 짓는 빵이니 어찌 그 맛이 착하고 순하지 않겠는가.
비엔디가 무인판매를 하는 데는 인건비 절감이라는 절박한 이유만 있는 게 아니다. 성직자로서 고객의 양심을 믿기 때문이다. 무인판매로 돈통에 쌓이는 돈의 액수는 실제 빵 판매액수와 정확히 일치한다. 착한 판매에 대해 착한 소비가 화답하고 있는 식이다. 한 달 평균 판매액은 3,4백만 원 정도, 생산원가 및 월세 등 운영비용을 공제하더라도 1백만 원가량이다. 그는 이 정도 수입에도 만족해 한다.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멀리서도 비엔디 빵을 사러 오는 고객 수가 점차 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만든 빵으로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성직자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되니 무한한 행복감을 갖게 된다고 한다. 여러분도 모세의 기적처럼 그가 손수 만드는 만나(Manna)를 일용할 양식으로 삼아 보시라.
함 대표는 말한다. “앞으로 비엔디 빵집을 협동조합화 하고 싶어요. 뜻 맞는 사람끼리 생산/판매조합을 만들어 건강한 식문화를 전파하고 나아가 영육이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싶어요” 목회자다운 구상이다. 머잖아 함께 일을 벌여보기로 하고, 한 봉지 3천 원 하는 전립분 식빵을 사 들고 문을 나섰다. 취재 후기
빵집을 이렇게 차릴 수도 있구나, 단돈 1천만 원에 빵집을 차린 것도 대단하지만, 돈보다는 정직과 신뢰 의식(意識)을 내세우는 경영방식이 무척 마음에 든다. 빵집의 대형화, 프랜차이즈화로 동네빵집이 쇠퇴해버린 상황이라 눈이 번쩍 뜨인다. 더구나 그가 추구하는 협동조합 방식의 점포 확대방안도 좋은 먹거리와 자영업 진출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 같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취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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