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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여행기] 드디어 이란에 도착
이란으로 가는 길 (4회)
 
신선임 안산선부중학교 교사   기사입력  2019/05/12 [23:50]

[편집자주] 대야미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가족들이 지난 1월 이란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왔습니다. 신선임 씨의 ‘이란여행기’를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맘 호메이니 테헤란 공항에 도착한 것은 밤 9시가 넘어서였다. 도착 비자를 발급받고 외국인용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여 입국 수속을 밟고 나오니 벌써 11시가 넘었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비자 발급이나 입국 수속 절차가 까다로워서 라기 보다 우리 눈에는 태만하기까지 보이는 공무원들의 일처리 속도 때문일 것이다.

 

공항에는 픽업 기사도 일찍부터 와 있고 애들은 시차 적응이 안 돼서 졸린다고 야단인데 그들은 내 타는 속도 모르고 느릿느릿 움직인다. 한 편으로 생각하면 상대방의 느릿함을 조금 참아줄 수 있다면 내 직장에서 여유롭게 일하고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기관을 찾아가 줄이라도 길게 서야 하거나 일처리가 더디게 느껴지기라도 할라치면 바로 불만이 터져 나오는 사회에 살고 있는 만큼 일반인을 대하는 직장에서는 항상 긴장감이 있기 마련이다.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것은 결국은 돌고 돌아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 나봇 설탕. 샤프론이 들어가 있어 노란색을 띤다.     © 군포시민신문

 

모든 절차가 끝나고 나와 보니 알몬드라는 청년이 픽업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한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눈을 좀 붙여도 되겠다. 그런데 한국에서부터 시작된 기침이 계속되니 자꾸만 잠이 깬다. 알몬드가 갑자기 도로를 벗어나 가게 앞에 차를 세우더니 일회용 컵에 차 두 잔을 사 온다. 샤프론이 없어 일반 나봇(rock sugar)을 넣었다며 아쉬워했는데 마시고 나니 기침이 가라앉는다. 아이들에게 줄 초콜릿도 같이 사 왔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호의를 받은 다음에야 이란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그 험한 하늘길을 날아와 드디어 이란의 품에 안겼다는 안도가 든다.

 

미혼이라는 그에게 결혼 계획을 물으니 손사래를 친다.

 

“테헤란은 정말 비싼 도시에요. 물가도 너무 높고 집값이 정말 비싸거든요. 결혼은 엄두도 못내요.”

 

“그럼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소박하게 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저는 테헤란에서 나고 자랐어요. 가족, 친척들이 다 여기 있고 일터가 있는데 다른 곳에서 사는 것은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그의 말에 따르면 900만에 육박하는 테헤란 인구가 아침 출근 시간이면 1600만 명이 된다 하니 교통지옥으로 불리는 악명이 사실인 것 같다. 평균 연령이 30세(인구의 70%가 35세 이하) 일 정도로 젊은이들로 차고 넘치는 테헤란에서 스프롤 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 알몬드는 차로 스쳐 지나가면서도 여행 가이드로서의 본성을 잊지 않는다.

 

“저 건물 이름은 하페즈예요. 이란 시인의 이름에서 따왔죠.”

 

“그래서 건물 앞에 시인의 토르소가 있는 거군요. 당신은 무슬림인가요?”

 

“네, 하지만 저는 이슬람이니 무슬림이니 하는 말들을 정말 너무너무 싫어해요. 아주 미워할 정도에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목적지에 닿아 있었다. 시아 이슬람의 종주국이며 세계의 유일무이한 이슬람 공화국인 이란에서 처음 얘기를 나눈 사람이 이슬람이라는 말조차 듣기 싫어한다는 것은 의외였다. 알몬드가 지방 도시에 사는 것을 꺼리는 것도 상대적으로 종교적 의무로부터 자유로운 테헤란이 그에게 숨통 트일 수 있는 곳일 거라 추측해 보았다. 외국인에게조차 히잡 착용을 의무로 하고 있어 공항에 내리기 전 비행기에서부터 써야 할 뿐만 아니라 몸매가 드러나지 않게 엉덩이를 가리는 외투를 반드시 입어야 한다. 겨울이었지만 히잡으로 목을 감으니 벌써 땀이 나는데 이런 거추장스러운 것을 여름에는 어떻게 쓰고 다니는지…

 

숙소에 도착하니 사람 좋게 생긴 아주머니가 기다리고 있는데 자신을 그냥 맘이라고 부르라고 한다. 연세가 꽤 들어 보이는데도 영어를 잘 한다. 그리고 당장 내일 우리를 위해 테헤란 가이드를 해 주겠다고 하는데 타로프(파르시어의 의례적인 인사 또는 말)이겠거니 하고 슬쩍 미소를 보이며 객실로 올라왔다. 테헤란의 날씨는 밤에 2~3° c 정도라 쌀쌀하다.

 

▲ 따뜻하고 온정 넘치는 맘 할머니. 테헤란에서 아무런 대가없이 가이드를 해주셨다.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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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12 [23:50]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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