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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여행기] 이란으로 가는 마지막 고비
이란으로 가는 길 (3회)
 
신선임 안산선부중학교 교사   기사입력  2019/05/01 [09:05]

[편집자주] 대야미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가족들이 지난 1월 이란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왔습니다. 신선임 씨의 ‘이란여행기’를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 우리의 불법 체류 건은 엄격한 법과 상황에 공감하는 인간적인 고려 사이에 타협이 있어야 했다.    

역시 국경을 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북경 출발 이란 테헤란행 비행기는 이용자 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작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원거리를 가야 하니 신장 웨이얼 자치구의 주도 우루무치에서 중간 급유를 위해 서게 된다. 북경을 떠날 때는 출입국 관리소를 거치지 않고 비행기를 탔으니 우리로서는 우루무치가 마지막 관문이자 고비였다. 

 

떠나던 날 북경 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지사장님을 다시 만났다. 항상 온화한 미소와 따뜻한 향기를 품은 그에게는 권위주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우루무치에서의 무사통과를 위해 회사 직인까지 찍어준 서류의 내용은 우리의 연장 체류가 공동 운항사인 대한항공의 실수임을 암시하는 문장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개인의 실수임을 나도 인정하는 바였지만 그는 우리를 위해 외국에 주재한 회사로서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었던 것일까? 더군다나 그는 중국인이었다. 게이트까지 직접 짐을 옮겨주며 재차 주지시킨다.

 

“선임, 우루무치에 도착하면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고 출입국관리소(immigration)를 향해 뛰어요. 내가 준비해 준 서류를 꼭 보여주세요.  출국 허가를 받는데 시간이 걸릴 거예요. 거기서도 통과되리라는 것을 장담할 수는 없어요. 우루무치 공항에 내리자마자 서둘러요.”

 

하긴 우루무치 공항에서 맞딱드릴 위험을 무릅쓰고 비행기에 오르는 것 자체가  큰 모험이었다. 내 여권에 붙어있는 중국의 환승비자(transit visa)는 기한이 1-11-2019에서 1-12-2019까지여서 24시간 체류 허가에 불과했으나 출입국 관리소에서는 오늘 날짜인 1-13-2019라는 스탬프를 찍어야 하니 그들로서도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불법 체류 건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엄격한 법과 상황에 공감하는 인간적인 고려 사이에 타협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대한 항공 지사장님의 그런 인도적 요구가 받아들여지기에 여기 우루무치는 너무 먼 곳이었다. 북경에서 비행기로 4시간 거리인데다 위구르족이 사는 서역 땅이었다. 

 

이틀 전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이런 제안도 받았다. 베이징의 이민국 벤치에서 그 날 밤 12시까지 지내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시각이 오후 5시가 채 안 되었으니 아이들과 7시간을 꼬박 앉아 있어야 하는데 12일에서 13일까지의 체류 날짜로 환승비자를 발급해 주는 조건이었다. 지금처럼 속이 타들어 가는 상황을 고려했다면 그런 제안도 기꺼이 받아들였어야 했다. 지금 우루무치 출입국관리소 한 구석에서 우리는 여권도 돌려받지 못하고 무작정 대기하고 있고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다. 제복을 입은 공무원들은 우리 여권과 서류를 들고 사무실을 분주히 오가고 있는데 보딩 타임이 끝나가니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 

 

전광판을 보니 20:55분 출발 예정이던 다른 비행기가 마지막 방송을 울리는데 20:40분인 우리 비행기는 여전히 보딩 중이라고 뜨니 항공사에서도 우리를 기다려 주는 듯했다. 급기야 보딩 게이트에 있던 항공사 직원이 상황을 보러 올라왔다. 이들은 “I don’t know, Just a moment.”만 반복했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허가가 떨어졌고 우리는 항공사 직원을 따라 게이트를 향해 열심히 달려갔다. 항공기로 이어진 튜브를 달리는 순간 ‘이제야 가는 구나’라는 실감이 들었다. 우리를 마지막으로 출입구가 닫히고 이란 테헤란 행 비행기가 드디어 이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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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01 [09:05]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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