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여행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이란여행기] 환승 비행기를 놓친 사연
이란으로 가는 길 (1회)
 
신선임 안산선부중학교 교사   기사입력  2019/04/10 [09:08]

[편집자주] 대야미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가족들이 지난 1월 이란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왔습니다. 신선임 씨의 ‘이란여행기’를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란으로의 여정이 출발부터 순조롭지 않다. 지금쯤이면 테헤란에 있어야 할 우리가 베이징 호텔에 있으니 말이다. 사연은 이러했다.

 

이란으로 가능 비행기는 베이징에서 갈아타게 되어 있는데 환승 시간이 두 시간에 불과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 항공사 직원이 다행히 동행해 주었는데 환승비자(transit visa)를 신청하라고 했다. 비자 신청 양식을 열심히 기입했는데 ‘전화번호가 빠졌다’, ‘이메일이 없다’는 둥 출입국 관리소에서 자꾸 퇴짜를 놓는 거다.

 

모든 서류 절차를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가서는 다시 2층으로 올라와 체크인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수속할 차례가 되자 이미 체크인이 20분 전에 종료되었음을 알려왔다. 앞의 연결편 비행기가 연착한 것도 아니고 2시간은 환승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해 비행기를 놓친 책임은 전적으로 내 탓이 됐다.

 

한 번도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없었기에 시간도 체크해 보지 않았던 내가 너무 안이했다. 외국 공항에서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한참을 황망해 있다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방도를 궁리해야 했다.

 

▲ 베이징 공항(사진=픽사베이)     © 군포시민신문

 

이란행 다음 비행기는 이틀 뒤에나 있었다. 문제는 내 환승 비자로는 24시간 내에서만 중국에 머무를 수 있으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티켓 변경도 해줄 수 없다고 한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갔다가 이틀 후 같은 스케줄로 돌아오는 왕복 비행기를 타는 것도 제안해 보았지만 비행기 값은 우리 부담이라는 것을 명백히 했다.

 

한마디로 사면초가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공항에서 이틀을 보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그려졌다. 우리가 처지가 안 되어 보였는지 서울-베이징 구간의 공동 운항사인 대한항공의 한국인 책임자를 보내주었다. 그동안 아이들과 나는 지쳐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었다.

 

비행기를 놓친 시간부터 꼬박 두 시간동안 해답이 나오지 않는 일에 매달린 터였다. 한국인 직원이 우리의 처지를 충분히 안타깝다고 하며 최대한 돕겠다고 말해 주어 우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우선 공항 근처에 호텔을 예약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몇 군데 전화를 해 보고 가격을 제시했고 우리는 적절한 것을 선택했다. 그 다음 환승비자를 144시간으로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기로 했다. 수수료가 1인당 30달러인데 중국 법무부 쪽과 몇 차례 통화하더니 아이들이 있는 것을 고려해 수수료를 면제해 줄 수 있다는 대답을 얻어냈다.

 

그 한국인은 우리의 수호천사처럼 보였고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우리를 열심히 돕고 있다는 사실에 좀 전에 하늘이 무너진 듯한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체류가 연장되고 나자 비행기 티켓 교환도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우리에게 ‘No’만 되풀이하던 여직원도 티켓 교환에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화통을 붙들고 있었고 다행히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 사진=픽사베이     © 군포시민신문

 

이제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그것은 이란행 항공기가 중간 급유를 위해 우루무치를 경유하게 되는데 여기 북경에서야 어떻게든 비행기를 탈 수는 있지만 우루무치 공항의 출입국 관리소immigration를 거쳐야 할 때 환승 비자의 날짜가 지났기 때문에 벌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고 심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왜냐하면 우루무치는 여기 북경에서 너무 먼 곳이라 아무것도 장담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이즈음 되니 우리의 체류 문제는 우리 손을 떠난 일이 됐다. 대한항공 베이징 지사장은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중국인 노신사였다. 우리는 그를 따라 공항 깊숙이 위치한 사무실 복도를 지나갔다. 거기서 중국인 법무부 책임자와 면담이 이루어졌고 그의 배려로 북경에서의 144시간 허가를 받았다.

 

지사장은 영문과 중국어로 항공 교통(air traffic) 때문에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체류할 수밖에 없었다는 글과 대한항공 베이징 지사장의 직인이 선명하게 찍힌 서류를 건네주었고 이 서류를 우루무치 출입국 사무소에 건네주면 될 거라고 했다. 막상 문제가 해결되니 일면식도 없는 한국 아줌마에게 중국인과 한국인이 손발 벗고 도와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

 

이제 한국인 직원의 안내로 공항에서 나와 호텔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러 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데 그가 뒤돌아보면서 한 마디 한다. 이런 경우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가능했던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었다고 말이다.

 

호텔 셔틀이 금방 출발해야 했기에 한국인 직원에게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졌다. 이름을 물어볼 경황도 없었다. 검정 수트가 멋지게 어울리는 대한항공 베이징 지사 한국 책임자님, 당신은 민간 외교관을 자처하며 어려움에 처해 있는 자국민에게 자신의 직분에서 최대한 발 벗고 나서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부디 타국에서의 생활에 평화와 안녕을 빕니다.

 


# 독자가 내는 소중한 월 1천원 구독료는 군포시민신문 대부분의 재원이자 올바른 지역언론을 지킬 수 있는 힘입니다. # 구독료: 12,000원(년간·면세)/계좌 : 농협 301-0163-7916-81 주식회사 시민미디어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04/10 [09:08] ⓒ 군포시민신문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