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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칼럼] 'SKY 캐슬' 과 이기적 유전자
 
김동민 마셜 매클루언 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01/15 [09:40]
▲ 김동민 마셜 매클루언 연구소 소장

[군포시민신문] jtbc의 금토 드라마 <SKY 캐슬>은 너무나 닮은 우리 현실의 교육을 풍자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고 배우기도 하며 개혁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드라마를 보면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생각한다.

 

왜 드라마는 하는 데 뉴스는 하지 못하는(않는) 걸까? 어쩌다 꺼리가 생기면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길고 집요하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의제 설정(agenda setting)보다 의제 지속(agenda keeping)이 더 중요한데 말이다. 한두 번 반짝 하는 걸로는 변화의 계기를 만들지 못한다. 기레기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세월호 사태를 의제로 만들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만든 것은 jtbc와 한겨레신문의 끈질긴 추적과 지속적인 보도의 힘이었다.

 

SKY 캐슬에서는 학생들과 부모들이 함께 독서토론을 한다. 참여자들의 의견 차이로 투표에 의해 중단되고 마는데, 그때 읽은 책이 동물행동학자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스테디셀러 명저 『이기적 유전자』였다. 좌장 역할을 맡은 검사 출신 로스쿨 교수 차민혁(김병철)은 이기적이 되어야 서울대 의대에 들어갈 수 있다고 아이들에게 강조한다. 책의 내용을 그야말로 ‘이기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책 '이기적인 유전자'     ©

 

흑수저 출신인 차 교수는 출세를 위해 장군의 딸과 결혼했고, 자신이 못 이룬 꿈을 아이들에게서 성취하고자 한다. 딸은 하버드대 들어가라고 미국으로 보냈고, 쌍둥이 아이들에게도 서로에게 경쟁의식을 부추긴다. 아이들을 금수저 자식으로 만들기 위한 욕망이다. 그러나 딸은 가짜 하버드 대학생으로 돌아왔다.

 

<SKY 캐슬>의 핵심 인물은 호주 시드니의 은행장인 아버지를 따라 가서 시드니 대학을 나온 재원이라는 한서진(염정아)이다. 그런데 이게 거짓말이었다.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였고 엄마는 순대국밥을 파는 흑수저 출신의 곽미향이었다. 배경과 학력을 속이고 이름까지 바꾼 것이다. 순대국밥집 딸 곽미향이 무슨 문제랴마는 스카이 캐슬에서는 숨기고 싶은 과거였던 것이다.

 

중요한 고비마다, 그리고 한 회를 마치며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다. 가수 하진이 부른 <We all lie>. “우리는 모두 거짓말을 하지. 진실을 말해줄까. 가끔은 웃어넘기지만 쉽게 거짓말을 하는 거짓말쟁이들이지. 원하는 게 뭐야? 돈, 명예, 아름다움? 가면을 쓰고 진실을 감추지. 서로를 기만하고. 이게 정말 진실이야? 이게 정말 진실이야?” 뭐, 대충 이런 가사인데 이 드라마의 내용과 인간의 심연을 파고든다.

 

사실은 거짓말을 하는 것도, 거짓말에 속지 않으려고 머리를 굴리는 것도 이기적 유전자의 작용이다. 동물의 유전자는 유전자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이기적으로 작동한다. 인간의 이기적 행동은 그 영향이다. 차 교수처럼 아이들에게 이기적이 되라고 주입하고 떠밀지 않아도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모두 이기적인 행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 이기적인 동기가 작동하는 것이긴 하지만 때로 이타적인 행동도 한다. 도킨스는 인간이 유전자의 생존기계이지만 꼭 유전자의 지시대로만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문화와 더불어 선견지명(先見之明)을 제시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예측하는 지혜가 있다는 것이다. 이성의 기능이다.

 

지구의 생명은 37억 년 전 바다에서 처음 출현했다. 따라서 물고기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도 겪으면서 거의 마지막에 등장한 포유류 동물이 인간이다. 인간의 뇌도 그 과정에서 진화한 것이니 파충류의 뇌라고 하는 뇌간을 거쳐 뇌간을 감싸고 있는 변연계, 그리고 생각을 담당하는 대뇌의 순으로 발달해왔다. 이 중 뇌간은 호흡과 심작박동 등 신체활동을 주관하고, 변연계는 기억과 감정 및 욕구를 담당한다. 기억은 감정을 낳고, 해마에 기억된 정보를 바탕으로 본능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다른 동물들과 대동소이하다. 결정적으로 인류는 언어를 사용하게 되면서 기억을 언어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덕에 대뇌가 발달해 커지면서 대뇌피질의 기능이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아이의 뇌는 미완성 상태로서 태어난 후 성장하면서 완성되어간다. 특히 대뇌피질의 형성은 여성은 24세 남성은 30세 정도까지 가서야 완성되기 때문에 청소년기에는 이성보다 감정이 앞선다. 이성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이 미완성인 상태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의 기능이 강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성장 속도는 보듯이 여자보다 느리다. 30대 40대가 되어서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공자가 강조해마지 않았던 수기(修己)의 문제일 것이다.

 

▲ jtbc 드라마 'SKY 캐슬'   

 

<SKY 캐슬>에 등장하는 예서와 예빈, 혜나, 우주, 서준, 기준, 수한, 영재 등 청소년기 아이들의 행동은 인간의 이러한 본능을 정확하게 묘사한다. 내가 나일 수 있는 정체는 뇌에 있다. 따라서 신체의 성장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뇌의 성장기에서 중요한 것은 건강하고 자율적이며 다양한 공부와 경험이다. 그게 창의성의 원천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그것을 묵살한 채 계급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면서 획일적인 교육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이라고 해서 이성적이고 꼭 합리적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뇌피질과 변연계의 대립, 좌뇌와 우뇌의 갈등 내지 부조화 등으로 인한 몇 가지 선택지 중에서 고민하는 가운데 행동이 앞서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나중에 그것을 합리화하는 게 인간이다. 인간은 합리적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할 줄 아는 존재라는 것이다. 혜나의 죽음을 둘러싸고 한바탕 난투극을 벌인 부모들의 모습이 그러한 인간의 본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극기복례(克己復禮)가 안 되었거나 덜 된 탓이다. 그 맥락에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과 같은 괴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온통 거짓말에 가면을 쓴 거짓 인생, 위선적인 삶의 화상들 가운데 그 전형인 인물.

 

이 드라마가 보여주듯이 대한민국의 교육은 지극히 비정상이다. 시험지를 빼돌리고, 혜나를 죽이고 우주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운 건 부패하고 비정상적인 교육이다. 정상교육의 비참한 현실이다. ‘SKY 캐슬’은 허구가 아닌 현실의 반영이다. 그 현실을 즐기는 게 교육부 관료들이다. 그러니 교육부의 적폐를 청산하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일도 촛불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 드라마가 던져주는 메시지다.

 

아무리 경제가 중요하다고 해도 정부의 정책으로 경제를 다루는 것은 한계가 있고 궁극적으로 자본의 논리가 관철되는 과정을 겪지만, 교육은 좋은 정책으로 확실하게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는 것이다. 짧은 임기의 정치인 출신 장관이 그것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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