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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 대표성 문제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기고] 협치와 대표성의 문제 ②
 
송재영 마을공동체와 자치분권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12/17 [10:45]

지난 번 글에 영어의 거번넌스(governance)의 뜻은 민간조직,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등 민간부문이 정부의 독점적 권한인 정책결정과 공공서비스 제공 분야에 참여하여 정부와 함께 공적 일을 처리해 나가는 민관 네트워크 체계로 해석되고 있다고 서술한 바 있다.(관련기사, 거버넌스·협치시대...대의제 한계 극복위한 '공론장'부터 마련해야) 그런데 민관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그렇지 만만한 일은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한국의 지방자치는 단체장 자치이다. 한 자치단체의 사업과 예산은 해당 각 실국에서 올라온 것이 기획실에서 조정되고 단체장의 총괄 결정을 통해 확정한다. 의회는 예산안 편성권은 없고 극히 일부 삭감하는 정도에 그친다. 사회 영역의 복잡성과 다양화에 따른 관료행정의 전문성과 기획성이 강조된다. 각 종 위원회 제도를 두고 전문가를 참여시켜 의견을 수렴하지만 유명무실하거나 작은 수의 회의조차 형식적이라 그나마 전문가의 의견 수렴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의 참여는 나무에 올라가서 고기를 찾는 연목구어격이다. 행정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판단을 요구하는 관료체계 속에 시민의 참여는 전문적 공무를 실시하는데 거추장스럽고 소모적으로 보인다. 말이 좋아 협치고 시민참여이지 그 건 단체장의 정치적 구호 정도로 생각하고 적당히 시민단체나 전문가를 참여시켜 겉으로 협치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경우도 많다.  

 

▲ 2016년 11월에 열린 '협치서울 시민대회' 현장 (사진=서울시)     © 군포시민신문

 

얼마 전 군포시청 강당에서의 열린 ‘협치란 무엇인가’ 강연에서, 서울시 협치자문관을 역임했던 유창복 교수는 1970년대 들어와 경제 불황에 따른 재정위기로 인해 유럽 복지국가의 큰 행정체계가 작은 정부로 변신하는 상황에서, 민의 참여를 통해 다양하고 복잡한 행정적 서비스의 요구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관 협치가 대두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케인즈의 유효수요 이론에 맞게 최대 황금기를 맞던 자본주의가 스테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위기를 맞으면서 들어선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의 신자유주의에서 출발한 협치는 작은정부는 만들었지만 민을 통해 행정의 비효율성과 비생산성을 극복하는 하나의 새로운 통치 시스템이었다. 

 

대표성의 문제에 봉착한 협치

 

그러나 신자유주의 체제 하의 협치에는 주민의 참여보다는 민과 관의 협력적 방식이나 체계가 강조되었다. 자연히 개별화된 일반 시민보다 조직이 형성되어 있는 시민단체나 이익단체들이 관과의 협력 파트너로 발전하였다. 민관 협치의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행정의 각 종 위원회에 시민단체나 이익단체 등 사회단체에서 참여하고 토론회 등 다양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민과 관이 함께 정책을 결정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구조가 만들어 졌다. 그러나 참여하는 민이 사회단체나 전문가에 국한되면서 협치에 참여하는 민간 영역의 대표성과 기득권화의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대표성의 문제는 주민참여의 한계와 전문성의 강조에서 비롯되었다. 행정과의 협치의 파트너를 선정한 것이 바로 행정 자신이라는 점에서 조직이 없고 개별화된 시민들은 여전히 협치에서 제외되었던 것이다. 시민들은 그러면서 지방 의원들이야 선거로 뽑힌 절차라도 있었지만 아무런 절차도 없이 선정된 협치의 민간 파트너들에게 시민들의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였던 것이다.

 

▲ 지난달 9일 개최된 '협치란 무엇인가' 강연회 (사진=군포시)     © 군포시민신문

 

더구나 사회단체나 전문가들의 활동이 행정에 깊숙이 개입될수록 이들이 대표한다는 실질적 이해당사자들인 시민들의 침묵은 오히려 깊어만 갔다. 단체들이 시민이나 회원들의 이해관계를 결집하고 소통하는 방법은 고작 이메일과 우편, 여론조사 정도이며, 그것 또한 대표성을 갖는지조차 불분명했다. 이처럼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협치 모델과 참여민주주의 모델은 시민의 참여를 강조하지만, 결과적으로 시민의 참여는 여전히 소홀히 되거나 배제되어 있는 상태로 남아있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자발적 참여의 기대 속에는 특정행위 자의 비대칭적 영향력, 특정 집단에 한 편향적 지원, 불완전한 참여 등이 건전한 협치 구축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강동완 2008)’, ‘협치 모델은 정책결과를 책임질 주체가 없다는 책임성의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Rhodes 1997)’, ‘절차적 관점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은 선출된 대표들이 경쟁과 협력을 바탕으로 공공영역에서 그들의 결정과 행위를 시민에게 책임지는 지배체제여야 한다(Schumpeter 1950, 269)’ 등 일부 학자들로 하여금 협치 모델이 갖는 대표성의 문제를 비판하고 나서게 했다.

 

정치인들과 행정 관료들이 조직화된 사회단체나 이익단체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고 경제적 자원을 이들에게 비대칭적으로 더 배분하는데 치중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 바쁜 정치인들에게는 쉽게 소통 가능한 주민에 대한 접근성이 요구된다. 항상 선거를 염두에 두는 정치가들의 경우는 길거리의 무표정한 시민들보다는 지원을 부탁하며 반갑게 맞아주는 단체 방문을 선호하게 된다. 그리고 회원을 동원하여 조직 세를 과시함으로써 정치인으로부터 단체에 유리한 법률 입법이나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단체와 정치인은 상호 이익사슬 관계라 할 수 있다.

 

사회단체는 민관 협치 활성화의 가교 역할이 중요

 

공무를 집행하는 행정도 마찬가지다. 공무원들은 행사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반응이 좋아야 사업의 성과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동원이 가능한 단체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게 된다. 협치의 경우도 관과 파트너로 쉽게 참여할 수 있고 기존의 사회단체나 전문가들 중심으로 구성하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관 협치가 민간 사회단체와 관과의 협치로 치환되어 버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이론적으로 구성원 모두의 자발적 참여가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모두에게 참여의 기회를 부여한다 해도 실제로는 일부의 정치적인 관심이나 세련도가 높은 집단의 참여가 다른 집단에 비해 훨씬 활발하게 되고, 참여 집단 가운데서도 기득권을 갖는 특정 집단이 더 많은 정치자원을 이용하여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참여 주체의 대표성과 기득권적 불공정성의 문제는 앞에서 언급한 참여민주주의나 심의민주주의 모델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협치 이론에도 마찬가지로 지적된다

 

따라서 협치의 초기 단계에는 관의 파트너로 참여하는 사회단체나 전문가들을 어떻게 선정하느냐가 최대의 관건이 된다. 대표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되기 때문이다. 민간 자체의 광범위한 참여와 규율 속에서 자율적으로 협치 파트너가 선정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럴 때 대표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초기 단계에는 사회단체와 전문가에 대한 일부 할당 방식과 참여를 신청한 시민들에 대한 추첨제 방식을 결합하다가 차츰 완전한 추첨제를 통해 시민들이 광범위하고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대표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추첨제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언급하겠다)

 

협치의 참여하는 사회단체나 전문가는 민의 대표성과 객관성을 자임하기 보다는 그러한 것을 높이기 위한 중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위치 지어야 한다. 시민의 대표성과 객관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추첨제나 정책시민배심원제, 주민자치기구를 통한 주민발의조례, 주민투표 등이 정착을 할 때까지 현재 수준에서 가능한 제도를 운영하면서도 참여의 범위를 일반 시민들까지 확산될 수 있는 다양한 방식 및 체계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협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것이다. 

 

협치를 시민과의 협치(서울시에서는 ‘시민주도 협치’라고 하지만)로 만들기 위해 시민이 참여하는 정책 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공무원들이나 사회단체에게는 매우 귀찮고 소모적으로 보일 수 있다. 사실 관료적 행정이 시민사회와 결합하는 것만도 어려운 일인데 여기에 일반 시민까지 결합시키는 것은 그것의 당위성을 떠나 과연 가능하냐의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치는 행정 결정의 실용성과 효율성만을 위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주권자인 시민이 자신이 사는 지역의 공공적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갈 때, 즉 민이 주권자로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때 협치가 한계로 가지고 있는 대표성의 문제나 공익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럴 때만이 주권자의 행복과 공익에 가장 유익한 결정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신념과 가치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글쓴이.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시민주권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풀뿌리민주주의(자치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자치분권 개헌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를 맞아 지방정부 차원에서 논의되는 거버넌스와 관련하여 참고와 도움이 되고자 연재의 글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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