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오피니언 > 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김동민칼럼] 올리버 색스와 '보헤미안 랩소디'
 
김동민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교수   기사입력  2018/12/13 [09:02]
▲ 김동민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교수     ©군포시민신문

군포시의 지원으로 작년과 올해 독서토론 모임을 가졌다. 올해 마지막으로 읽은 책은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Oliver Sacks)의 에세이집 『의식의 강』이었다. 2015년 별세하기 2주 전, 뉴욕 타임즈 등에 기고했던 글 열편을 골라 엮은 책이다.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여 자연의 새로운 진실을 밝혀낸 다윈과 프로이드 등 선구자들의 노력이 마음에 와 닿는다.

 

색스가 소개한 인물들은 기존 이론에 의문을 갖고 도전함으로써 자연의 법칙을 새롭게 규명한 위인들이라는 사실이다. 학문이란 배우고 묻는 것이다. 이게 쉬운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기존 패러다임에 익숙한 사람들의 공격과 따돌림을 감수하고 외로운 길을 마다하지 않는 결기가 필요하다.

 

요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리 곁에 다가온 프레디 머큐리도 그런 사람이었다. 색스와 다윈, 프로이드, 그리고 머큐리의 공통점은 전문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융합적 지식으로 기존의 룰을 돌파한다는 점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런 노래였고, 머큐리가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갈릴레오를 소환한 까닭도 거기에 있었다는 생각이다.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 군포시민신문

 

다윈은 식물학자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자신의 지론인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를 증명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특히 기독교인들이 주장하는 지적 설계에 의한 창조론을 배격하기 위해 특정 식물의 구조와 행태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예를 들어 당시에는 꽃들이 모두 자가수분을 한다는 린네의 지론이 일반적이었는데, 다윈은 이에 도전하여 꽃은 교차수분을 선호하며, 이를 촉진하기 위해 곤충을 유인하는 데 사용되는 패턴, 색깔, 형태 꿀 향기 등의 다양한 장치들을 진화시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곤충이 꽃을 떠나기 전에 꽃가루를 잔뜩 뒤집어씌우는 도구도 그런 장치였다.

 

색스는 인간의 기억이 오류를 범하기 쉽고 잊어버리기도 잘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때로는 표절도 망각의 산물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까맣게 잊고 있다가 문뜩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인 것처럼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니 의도적인 표절도 있지만 잠재기억도 있는 것이다. 영화배우 출신의 레이건 대통령은 평생 현실과 연기를 넘나들며 영화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다.

 

색스의 다른 저서 『그곳에 있는 모든 것(Everything in its place)』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인간은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이나 기도를 통해 종교적 신념에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인간의 본성으로서 신경학적 기반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감각적 생생함에 시각적 경험을 부여함으로써 실제적인 사건의 기억을 연상하고, 그런 과정을 거쳐 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사물을 진짜인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강렬한 관행을 통해 신앙인들의 마음은 ‘상상’에서 ‘환각’으로 도약한다.

 

우리는 흔히 정치인들의 엉뚱한 발언을 두고 유체이탈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유체이탈체험(Out of body experiences)은 임사체험과 마찬가지로 각성상태에서 나타나는 환각의 소산이다. 마블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보면 유체이탈 장면이 나온다. 영혼이 몸을 떠나 자신을 보는 것이다. 태극기와 성조기, 심지어는 일장기를 몸에 휘감고 다니는 노인들의 굳은 신념도 출처(가짜뉴스)와 관계없이 잠재기억과 환각이 어우러진 상태일 것이다.

 

▲ 올리버 색스(Oliver Sacks)의 에세이집 『의식의 강』     ©군포시민신문

 

색스는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도구를 이용하여 신체 및 감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라고 했다. 이를테면, 네덜란드의 레이우엔훅(Anton van Leeuwenhook)이 현미경을 발명함으로써 공간의 한계를 극복한 이래 우리 인간은 시간현미경과 시간망원경을 수족처럼 부리고 있다는 것. 그 점에서 현미경과 망원경은 눈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었다. 색스의 얘기다.

“우리는 이 같은 도구들을 이용하여 지각능력을 향상시키고, 생체과정(living process)이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무한히 가속시키거나 감속시킬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의 속도와 시간에 얽매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상력을 통해 모든 속도와 시간을 넘볼 수 있게 되었다.”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언(Marshall McLuhan, 1911~1980)은 미디어를 인간의 확장이라고 했다. 맥루언에게 미디어는 소통의 매개체를 초월하여 감각기관의 확장이요 중추신경의 확장이다. 이를테면 옷은 피부의 확장이다. 그 점에서 나는 현미경과 망원경도 미디어라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색스의 이 말은 매우 반갑게 다가왔다. 맥루언의 통찰을 색스가 과학적으로 증명해준 셈이다.

 

현미경은 우리들을 미생물의 세계로 인도함으로써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한 37억 년 전으로 인도한다. 반대로 망원경은 너무 멀어서 확인할 수 없는 우주를 볼 수 있게 됨으로써 안드로메다는 물론이고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안내한다. 감각기관과 중추신경의 확장으로서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게 된 것이다. 46억 년 전 태양풍과 목성의 중력이 상호작용하여 지구가 형성되고, 초신성의 폭발로 생긴 원소들이 지구로 모임으로써 생명의 기원이 된 사실도 알려주었다. 이로써 인류는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학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8/12/13 [09:02] ⓒ 군포시민신문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정월대보름 맞이 속달동 지신밟기, 풍물한마당
행복한 크리스마스
마음보따리
한여름 땡볕, 나무가 위로해주다
광고
주간베스트 TOP10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