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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박명희 시집 『들꽃이 피는 이유』
"한 순간에 사라지는 불똥보다 더 가엾은 것이 나의 삶"
 
신완섭 시조시인   기사입력  2018/07/30 [10:47]

박명희의 첫 시집 『들꽃이 피는 이유(2018. 5 출간; 토담미디어)』를 펼치면

“아궁이 속에서 무작위로 피어올라 한 순간에 사라지는 불똥보다 더 가엾은 것이 저의 삶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정녕 모르겠습니다. 왜 와서 왜 살다 가야만 하는 지를요.”

체념 섞인 항변은 그녀가 시를 쓰는 이유이다.

 

▲ 박명희 시집 들꽃이 피는 이유 (토담미디어)  

 

“제게 아직도 깜깜한 이 숲이 당신 향한 환한 빛살임을 알게 하시고, 나날이 더 넓게 더 깊게 헤매게 하옵소서.”라는 애원 같은 기도가 그녀의 시심을 대변한다.

 

수록된 80여 편의 시들 중 지금 같은 한여름에 썼을 법한 하절시(夏節詩) 몇 편을 감상해 보자.

‘바람이 일어/ 바람이 되어/ 바람으로 날아와서/ 바람으로 날아가니/ 그게/ 바로 생(生)이고 사랑이더라.// 그래/ 그 뜨거운 숨 말이다(「숨」전문)’,

바람이 주는 허망함을 바람이 내뿜는 ‘뜨거운 숨’으로 치환시킨 수작이다.

‘쇠를 봐라/ 뜨거울 때 두들기는 법// 사랑도/ 뜨거울 때 자지러지듯 흔들리고/ 끓어오를 때 생 몸부림치며/ 식었을 때 삭힐 수 없는 아픔만 남는다// 지금은 삼복더위/ 온통 뜨겁다.// 아리게 긁어대어/ 슬프도록 따가운 저 공명// 바이올린 현 위에 적응하지 못한 음표들이/ 장대비처럼 쏟아진다/ 애간장이 탄다/ 사랑이 다 녹아내린다// 한 생이 허공에 새겨진다 (「매미」일부)’,

허공을 맴도는 매미소리는 더운 여름나절을 더욱 자지러지게 만든다. 여름 한때를 처절하게 울다가 한 생을 마감하는 매미의 일생을 보며 치열하게 살자꾸나 다짐하게 된다.

‘불같은 여름 열기가/ 노숙자의 삶처럼/ 공원 벤치에 누워 있다// 깊어가는 밤이/ 흠뻑 젖은 땀을 닦는다/ 소음에 시달리는 도로가 입을 다문다/ 불빛 상호들도 눈을 감는다// 꿈결 같은 잠이/ 잠결 같은 꿈이/ 식을 줄 모르고 달아오른다// 더 뜨거워져야지/ 눈 뜬 내일은/ 삶이니까 (「여름 밤」일부)’,

여름밤의 도심 진풍경은 숨을 막히게 한다. 하지만 시인은 그 열기를 감내하고자 한다. 눈 떠야 할 내일의 삶이 도사리고 있으므로.

 

해설을 써 준 김용하 선배시인은 “시인은 무에서 유를 창출해낸다. 시인이고자 한 애초부터 천형(天刑)으로 지녔던 것을 풀어내는 과정이 시 쓰는 일이다. 천형의 시름을 안고 수난의 가운데를 가로질러 건너와 쓰기를 지속하라.”는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그녀가 증정  시집에 자필로 남긴 글귀로 시인의 다짐을 새겨본다.

“하나씩 가슴으로 와 닿는 지혜, 그것이 삶의 원리가 될 때까지, 비틀거릴 때마다 정(情)을 먹고, 흔들릴 때마다 사랑을 먹겠습니다.”

시인처럼 흔들리고 비틀거리며 사는 사람들에게 이 시집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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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7/30 [10:47]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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