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아이들 김형준, 김혜린의 아프리카 여행기를 매주 수요일에 13회 연재합니다. 지난 1월 4일부터 27일까지 24일간 '더웠던 그 겨울의 기록'이 펼쳐집니다. '잠보'는 '안녕'이라는 인삿말입니다.
연재_1. 가자! 탄자니아로 2. 탄자니아에 도착 3. Mangrove Lodge 4. Village Tour 5. 마꼰데 부족의 성년식 6. 노예 시장 7. 잔지바 피자 8. 부리야트인을 만나다 9. Maweni Farm 10. Lars Johansson 11. 모시 Moshi 12. Malik 13. Masaai
오호 이 사람 라스. 내가 만나 본 어떤 백인과도 닮지 않은 오지랍퍼였다. 아침에 소니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 주었는데 짐을 부려 놓고도 안 가는 거다. 내가 악수를 청하며 그동안 고마웠다고 이제 돌아갈 것을 종용했는데 타는 거 보고 가겠다고 한다. 드디어 모시행 버스가 와서 짐을 실으려는데 갑자기 그가 모시에 예약한 숙소 주인 전화번호를 달라는 거다. 그리고 차장에게 그 전화번호를 주면서 버스가 모시에 도착하기 전에 우리를 픽업 오게 전화해 달랜다.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할라고...’ 딸자식을 대처에 보내는 아빠 같다. 버스에 탔더니 사파리를 주선한 제랄드에게 메일이 와 있다 그렇잖아도 가격을 깎아주려고 했다며 400달러나 더 낮아진 가격을 제시했다.
“라스가 누구에요? 선임은 나랑 계약했잖아요.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하며 투덜댔다. 어제 밤 내가 예약한 금액이 터무니없다고 하면서 제랄드 연락처를 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전화를 걸어주었나 보다. 북유럽의 건조하고 차가울 것 같은 나라 사람이 이런 친절을 베푼 것에 대해 ‘아이 둘 데리고 여행하는 동양 여자가 안쓰러웠나 보다’하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기분 좋게 버스에 앉아 모시로 향했다. 여행자들이 모시를 오는 이유는 한 가지다. 5800미터에 이르는 킬리만자로에 오르기 위해서다.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등산로가 여럿 있지만 가장 인기 있는 마랑구 루트 등을 가기 위한 거점이 되는 도시가 모시이다. 도착하니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사진 속 초원 위로 우뚝 솟아 보이던 만년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버스 터미널에는 숙소 주인 찰스가 마중 나와 있다 탄자니아 여행의 좋은 점은 숙소 등급이 어떻든 간에 반드시 픽업과 드랍 오프를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주소하나 달랑 들고 짐 보따리를 진 채 낯선 도시를 찾아 헤매던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정말 좋다.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면서 잘 도착했는지 꼭 확인을 하고 확인이 안 되면 걱정하기 마련이니 도착하면 꼭 연락을 주어야 한다.
킬리만자로 트레킹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는 사실 금액 때문이었다. 정상까지 5박 6일의 트래킹 비용이 어른 1인당 1500달러인데 아이들이라 해도 별반 차이가 없어 세 명이 간다면 금액이 거의 400만원에 달한다. 이 비용은 그 기간 동안의 식량, 짐을 들어 주는 포터와 가이드, 요리사 등에 대한 수고비와 1인당 80달러에 달하는 입장료, 로지 사용료 침낭 등 장비 대여료 등을 포함한다. 등산객 1명에 다섯 명이 따라 붙는 럭셔리 여행이다. 고산병은 그 다음 문제였다.
대신 우리는 트래킹의 스타팅 포인트라 할 수 있는 마랑구 게이트와 입구에 있는 폭포까지만 가기로 했다. 찰스가 투어를 주선하는데 가격이 괜찮았다. 저녁은 Jay's kitchen 이라는 한국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오랜만에 먹는 김치찌개는 아이들과 국물까지 남김없이 싹싹 비웠다. 그래도 아직은 한국이 그리워서 당장 돌아가고 싶은 정도는 아니다. 아직 여기서 할 일이 있다. 2018/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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