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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강릉여행, 사임당의 오죽헌에서 허난설헌의 생가까지
 
정혜선 협성대 초빙교수   기사입력  2018/04/13 [08:36]

봄의 기운이 올 때 강릉여행을 떠났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고 봄의 약동하는 소리를 느끼고 싶었다. 동해바다, 경포대가 있는 곳, 강릉을 간다. 

 

처음 도착은 강릉도호부. 최고 권력의 관청이 서 있다. 임금님의 전표가 있고, 서울의 임금을 상징하는 전표 앞에서 예를 올린다. 조선시대 지방제도는 8도 최고 수장이 관찰사요, 그 밑으로 부·목·군·현이 있다. 강릉은 당당한 도호부였던 것이다. 역시나 봄의 개나리가 여행객을 맞이해준다.

 

▲  신복사지 석불좌상   © 군포시민신문

 

두 번째 도착은 신복사지 석불좌상. 찾기 힘든 골목으로 후미진 곳으로 들어갔더니 갑자기 시원한 풍관이 들어오더니 거기에 신복사지가 있었다. 신복사는 터 만 남아있는데, 그 빈 터에 삼층석탑 옆에 석불좌상이 서 있다. 석불좌상은 보물84호이다. 강원도에만 있다는 석불의 형태라고 하는데, 넓은 평지에 서 있는 석불은 초라하기까지 보이며 처음에는 별다른 감흥이 오지 않았다. 헌데 볼수록 그 석불의 온화한 미소가 약간은 유쾌하게 백제의 서산마애불보다 더 친근하다. 한국에서 최고의 작품이라는 신라의 석굴암이 인간을 무릎꿇게 하는 신성한 그 무엇이 있다면 신복사지 석불은 인간에게 아주 가까이서 손을 내미는 친숙함이 있다. 그 표정이 오묘하고 아름답다.

 

이런게 답사구나를 생각하며 율곡과 사임당의 삶이 있는 곳. 오죽헌에 간다. 오죽헌은 율곡이 태어난 곳이며 사임당의 친정으로 원래 생가는 조금 남았는데, 이를 확장하여 오죽헌시립박물관 등 율곡과 사임당을 기념하는 장소로 만들었다. 입장료도 3천원이다.

 

사임당은 율곡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키운 어머니로서, 조선시대가 원하는 상이었다. 율곡은 어머니를 ‘4서를 통달했고 사리에 밝았으며 옳은 것이 있다면 즉시 행하는 사람’이라 회상하며 학문의 기초를 어머니에게서 배웠다고 말한다. 오죽헌의 곳곳에서, 디지털영상에서, 비석에서, 마루 난간에서 주옥과 같은 율곡의 말을 만난다. “하루라도 학문하지 않으면 막혀서 어둡게 된다” “ 이익을 얻으면 그게 옳은지 생각하라” “학문을 좋아하고 선을 행하는 사람을 친구로 삼아라” 나는 율곡의 말이 현재도 얼마나 필요한 말인지 내 맘 속에 파고든다. 그렇지. 율곡의 말처럼 하루라도 나 자신을 닦지 않으면 사방 팔방에서 내 욕심으로 많은 걸 재단하게 되고 이것은 나를 파괴하지.

 

오죽헌이 국가가 인정해 새롭게 정비한 공적인 장소의 분위기가 짙게 난다면, 허난설헌의 생가는 예전 그대로 남아있어서, 그녀의 뛰노는 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자연스럽다. 그 곳은 이상하게도 마치 영화처럼 바로 그녀의 삶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힘이 있다.

   

▲ 허난설헌 생가터 앞    © 군포시민신문

 

난설헌은 초당 허엽의 딸, 허균의 누이로 당대 문장가 가문에서 태어났다. 여성이었지만 배울 수 있었고, 그녀는 어릴 때부터 시문에 뛰어나 ‘배움으로 된 게 아니다’는 찬사를 얻었다. 난설헌의 생가로 들어서자 개나리, 벚꽃, 홍매화, 푸릇한 나무가 어우러지며 길바닥에는 벚꽃잎이 가득해 그야말로 황홀했다. 앞에 펼쳐진 경포대와 울창한 소나무는 너무도 멋지다. 이런 풍광에서 어떻게 시인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혼인하기 전까지 천재성을 가진 시인으로서 뛰어난 감수성을 지닌 소녀로서 가문의 재능을 이어받고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이 경포대에서 자랐다. 그녀가 경포대를 바라보면서 놀고 또 그 풍광에서 시적 착상을 얻었을 생각을 하니 무척 유쾌해진다. 사랑스럽다. 

 

그러나 그녀는 결혼하고 나서 딸과 아들을 다 잃었고, 남편과도 맞지 않았으며 고부간에 갈등도 많았다. 퍽 하면 붓을 들고 시문을 읽으며 꿈을 꾸는 풍부한 감성의 천재 시인 며느리를 조선시대 시어머니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 난설헌을 둘러싼 환경은 너무나 척박했다. 결국 자식 모두 죽고 유산마저 하게 되자 병이 들어 28세의 나이에 죽었다. 동생 허균에게 자신이 쓴 글 모두 태워 없애라는 유언과 함께... 

 

처연한 그녀의 삶이 그대로 전이되어 난설헌의 생가가 비통하게 느껴진다. 생기발랄한 꿈 많은 탁월한 천재시인을 받아들이는 공간은 없었다. 난설헌의 생애가 그 절경의 장소에서 울려 퍼진다.

  

강릉은 아름다웠다. 메마른 대지에서 생명이 나오고 푸릇푸릇한 풀이 보이며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어우러지며 피어나고 있었다. 사임당, 난설헌, 율곡, 석불좌상 등 강릉의 이야기가 사람을 멈추어서 조용히 인생을 반추해보게 한다. 내 옆에 있는 가족, 친구들, 나의 학생들, 그리고 나의 조국 한국.... 담백한 초당 순두부를 먹으며 우리의 풋풋한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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