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아이들 김형준, 김혜린의 아프리카 여행기를 매주 수요일에 13회 연재합니다. 지난 1월 4일부터 27일까지 24일간 '더웠던 그 겨울의 기록'이 펼쳐집니다. '잠보'는 '안녕'이라는 인삿말입니다.
연재_1. 가자! 탄자니아로 2. 탄자니아에 도착 3. Mangrove Lodge 4. Village Tour 5. 마꼰데 부족의 성년식 6. 노예 시장 7. 잔지바 피자 8. 부리야트인을 만나다 9. Maweni Farm 10. Lars Johansson 11. 모시 Moshi 12. Malik 13. Masaai
드디어 육지로 가는 날이다 잔지바에서 다르에스살람으로 가는 페리가 오전 7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우리는 새벽부터 일어나 부산을 떤다. 김정호 씨가 일부러 선착장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그저께 스톤 타운에 도착해서 유심 칩을 갈아 끼우고 나오는 길에 갑자기 차 한 대가 우리 앞에 멈추었더랬다. 아저씨가 한국 사람이냐고 아는 체를 하는데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오지랖 피운다면 핀잔을 준다. 김정호님과 정연숙님. 탄자니아에 온 지 12년.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선교와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두 분 다 성격이 소탈하고 아이들을 좋아 한다. 그저께 여자들끼리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아저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카페에 축구 경기를 보러 갔더랬다. “연숙님, 우리 아이들이 까탈스럽고 요구 사항이 많아서 힘들어요.”
“정호님, 그 동안 신세 많이 지고 가요. 너무 고맙습니다.”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페리에 올랐다. 타국에서 만나는 한국 사람이 반가우면서도 이렇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나는 알고 있다. 남의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뿌리 내리고 살아가야 하는 그네들의 삶이 많은 경우 팍팍하고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 전날도 노트북이 작동을 안 한다며 연숙님이 울상이었다. 고칠 데도 마땅히 없고 자료도 백업 받지 못했는데 큰일이다. 저녁을 대접해 주겠다고 했는데 7시가 넘도록 물이 나오지 않아 늦은 저녁을 먹어야 했다.
“선임, 저기 집 앞에 우물 보이지? 우리가 펌프 지원 받아서 사 놓았는데 얼마 후에 도둑맞았어. 다시 돈을 써서 기계를 들여놨는데 또 도둑맞았다니까. 다시는 해 주나봐라 했는데 결국 물이 없으니 우리가 못 살겠더라고. 트럭으로 파는 물을 사 먹는 건 감당이 안 돼. 남자들은 못해. 나야 물통 하나로 밥하고 씻고 빨래까지 다 하는데 말이야.” “태권도장을 운영하니까 돈이 되시겠어요.”
“연숙님, 내일이 저희 잔지바에서 마지막 날이에요. 야시장에 가서 그 유명한 잔지바 피자를 먹으려 했는데 애들 데리고 오실래요? 제가 쏠께요.” “와, 우리 애들 너무 좋아 하겠다. 몇 명 데리고 갈까? 많이 데려가면 부담스럽잖아. 준이랑 친한 다니엘을 데려갈까?”
항구의 바다 바람이 넘실대는 포로다니 가든에 야시장이 불을 밝힌다. 연숙님과 정호님이 여덟 명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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