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보! 탄자니아] 잔지바 피자

더웠던 그 겨울의 기록 (7회)

신선임 | 기사입력 2018/03/27 [09:24]

[잠보! 탄자니아] 잔지바 피자

더웠던 그 겨울의 기록 (7회)

신선임 | 입력 : 2018/03/27 [09:24]

[편집자주]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아이들 김형준, 김혜린의 아프리카 여행기를 매주 수요일에 13회 연재합니다. 지난 1월 4일부터 27일까지 24일간 '더웠던 그 겨울의 기록'이 펼쳐집니다. '잠보'는 '안녕'이라는 인삿말입니다.

 

연재_1. 가자! 탄자니아로 2. 탄자니아에 도착 3. Mangrove Lodge 4. Village Tour 5. 마꼰데 부족의 성년식 6. 노예 시장 7. 잔지바 피자 8. 부리야트인을 만나다 9. Maweni Farm 10. Lars Johansson 11. 모시 Moshi 12. Malik 13. Masaai


 

드디어 육지로 가는 날이다 잔지바에서 다르에스살람으로 가는 페리가 오전 7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우리는 새벽부터 일어나 부산을 떤다. 김정호 씨가 일부러 선착장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그저께 스톤 타운에 도착해서 유심 칩을 갈아 끼우고 나오는 길에 갑자기 차 한 대가 우리 앞에 멈추었더랬다. 아저씨가 한국 사람이냐고 아는 체를 하는데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오지랖  피운다면 핀잔을 준다. 김정호님과 정연숙님. 탄자니아에 온 지 12년.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선교와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두 분 다 성격이 소탈하고 아이들을 좋아 한다. 그저께 여자들끼리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아저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카페에 축구 경기를 보러 갔더랬다. “연숙님, 우리 아이들이 까탈스럽고 요구 사항이 많아서 힘들어요.”


“아니야. 오히려 그게 쉬운 거야. 요구 사항이 있으니 들어주면 되는 거잖아.”

“정호님, 그 동안 신세 많이 지고 가요. 너무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애들 덕분에 제가 즐거웠는걸요.”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페리에 올랐다. 타국에서 만나는 한국 사람이 반가우면서도 이렇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나는 알고 있다. 남의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뿌리 내리고 살아가야 하는 그네들의 삶이 많은 경우 팍팍하고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 전날도 노트북이 작동을 안 한다며 연숙님이 울상이었다. 고칠 데도 마땅히 없고 자료도 백업 받지 못했는데 큰일이다. 저녁을 대접해 주겠다고 했는데 7시가 넘도록 물이 나오지 않아 늦은 저녁을 먹어야 했다. 

 

“선임, 저기 집 앞에 우물 보이지? 우리가 펌프 지원 받아서 사 놓았는데 얼마 후에 도둑맞았어. 다시 돈을 써서 기계를 들여놨는데 또 도둑맞았다니까. 다시는 해 주나봐라 했는데 결국 물이 없으니 우리가 못 살겠더라고. 트럭으로 파는 물을 사 먹는 건 감당이 안 돼. 남자들은 못해. 나야 물통 하나로 밥하고 씻고 빨래까지 다 하는데 말이야.” “태권도장을 운영하니까 돈이 되시겠어요.”


 “무슨 소리야. 저기 애들 중에 돈 주고 태권도 배우러 올 수 있는 애가 어디 있겠어? 그냥 가르쳐 주는 거야. 여기는 이슬람 나라라서 대놓고 선교하면 안 돼. 교복 없어 학교 못가는 애들 교복 사 주고 태권도 가르쳐 주고 집 잃은 사람 집에서 살도록 도와주고 그렇게 봉사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거지. 들어올 때 NGO 비자를 받아오는데 여기서는 돈을 벌수가 없어. 한국에서 오는 선교 활동비로 빠듯하게 생활하는 거야. 큰 돈 들 일 생기면 기도하고 그러면 해결이 되더라고.”


다라자니 시장에서 유창한 스와힐리어로 장사치들과 흥정할 때부터 알아봤다. 상인들은 스와힐리어로 값을 깎아달라는 동양인 여자를 거절할 재간이 없어 보였다. 두 분은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탄자니아 소년 8명을 데려다 학교에도 보내고 보살피고 있다.


 “이렇게 외국 여행을 할 수 있다니 선임은 운이 좋은 거야. 여기 탄자니아 사람들을 봐. 얼마나 가난하게 사는지 알아? 도장에 오는 아이들 집에 가 보면 눈물이 날 정도야. 맛있는 것이 있으면 나만 먹고 좋은 것은 나만 누리려고 해서는 안 돼. 사람은 모두 똑같은 거야. 맛있는 거 있으면 똑같이 먹고 싶고 좋은 것 있으면 똑같이 갖고 싶어.” 

“연숙님, 내일이 저희 잔지바에서 마지막 날이에요. 야시장에 가서 그 유명한 잔지바 피자를 먹으려 했는데 애들 데리고 오실래요? 제가 쏠께요.”

“와, 우리 애들 너무 좋아 하겠다. 몇 명 데리고 갈까? 많이 데려가면 부담스럽잖아. 준이랑 친한 다니엘을 데려갈까?”
 “다 데리고 오세요. 누구만 데려오면 못 오는 애들 섭섭하잖아요.”

 

항구의 바다 바람이 넘실대는 포로다니 가든에 야시장이 불을 밝힌다. 연숙님과 정호님이 여덟 명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얘들아, 아줌마가 여행 다닐 때 참 짠돌인데 오늘은 기꺼이 지갑을 열도록 할게. 나에게 함께 먹는 즐거움을 줘서 정말 고마워.’ “연숙님, 우리가 지금 머무는 숙소가 하루 10만 실링(5만원)인데 연숙님 집에서 자고 그 돈을 후원하면 안 될까요?”
 “할렐루야! 아이들 교복이 한 벌 뿐이라 갈아입을 옷 한 벌씩 더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 돈이면 두 벌 살 수 있겠다.”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세심하게 마음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후원금이 들어오면 즉각적으로 쓸 데를 생각해 내는 연숙님이다.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누리는 법을 가르쳐 주신 두 분에게 감사드리고 지금은 케냐로 한국으로 떨어져 살고 있는 세 아드님과 함께 그 가족에게 행복이 깃들기를 소망한다. 2018/1/11

 

▲  [잠보! 탄자니아] 잔지바 피자 _2018/1/11 @사진 신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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