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아이들 김형준, 김혜린의 아프리카 여행기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지난 1월 4일부터 27일까지 24일간의 여행이 펼쳐집니다. '잠보'는 '안녕'이라는 인삿말입니다.
시작은 그러했다. 케냐 나이로비까지 40만원이라니... 항상 까마득하게 느껴지던 아프리카가 싼 항공료만큼이나 가깝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결정은 빨랐다. '가자 아프리카로' 아니 케냐로. 광대한 마사이라마 초원에 가서 동물들의 낙원도 보고 한 달 간 탄자니아까지 오가며 살아보는 거다.
12월 중에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으로 여행 준비가 바빠졌다. 고대 구로 병원에 가서 황열병 접종을 하고 시청에 가서 여권 갱신도 해야 한다. 중국을 들러서 가니 경유 비자도 끊어야 한다. 일을 하면서 여행 준비까지 하려니 정신이 없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밤 늦게까지 일정을 짜고 숙소 예약을 했다.
처음 나이로비에서 사흘 치 숙소를 예약하고 나서 외교부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니 케냐가 '여행 자제국'으로 되어 있었다. 아래에 있는 탄자니아는 '여행 주의국'이다. 아이들과 가는데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게다가 한 번 여행에 한 국가라는 원칙을 이번에는 꼭 지키고 싶었다. 이는 지난 번 핀란드 여행에서 얻는 뼈 아픈 교훈이었다. 근처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까지 짧은 일정으로 소화하느라 한 나라도 제대로 못 봤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여행 일정을 다시 수정했다. '가자! 탄자니아로' 탄자니아는 케냐에서 육로로 이동하지 않고 비행기로 가기로 했다. 나이로비에서 세렝게티를 가는 거점 도시인 아루샤냐, 동쪽 해안의 잔지바 섬이냐의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나이로비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낮 12시 30분 비행시간을 맞추기에 잔지바에는 이른 오전 비행편이 없었다. 먼저 잔지바로 가자. 한 때 향신료의 섬으로 알려진 곳. 노예무역의 전진 기지였으며 인도, 아랍, 유럽, 토착 아프리카의 문화가 어우러진 인도양의 작은 섬. 그리하여 잔지바가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가 됐다.
우리의 싼 비행기 티켓은 무려 세 번의 스탑오버가 있었다. 김포 - 베이징 - 광저우 - 나이로비 - 잔지바... 아이들에게는 한 번에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이냐며 다독였지만 서른 시간이 넘는 비행 일정이 이제야 현실로 다가왔다.
5번의 보안 검색과 기내 수화물 검사, 세 번의 입국 수속과 세 번의 항공사 체크인, 두 번의 도착 비자 서류 작성. 이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코노미석의 좁은 의자에 몸을 구겨 넣고 가는 순수한 비행시간만 장장 17시간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일정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것이다. 중간에 연착 등으로 인해 비행편을 하나라도 놓치게 된다면 잔지바는 커녕 아프리카에 발도 못 디딜 참이었다. 우리의 여행을 지켜 줄 수호신의 손길을 기대하며 베이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18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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