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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여행' 연재를 시작하면서...
조성무의 자동차와 여행(1회)
 
조성무 메이트학원 원장   기사입력  2017/11/08 [18:32]

연재를 시작하면서...

 

여행기를 쓰기 위한 여행은 진정한 여행이 아닙니다. 이것저것 꼼꼼히 메모해야하고 사진 찍어야 하고 그때그때의 감상을 적어놓아야 하고 더구나 때로는 그 감상을 과장도 해야 하고...

 

여행기를 쓴 적은 있지만 여행기를 쓰려고 여행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냥 편하게 여행을 다녀와서 그 여흥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으면 여행기를 써보고, 굳이 남과 나눌 정도의 여흥이 없으면 혼자만의 작은 추억으로 보관해두었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그 작은 추억이나마 소중해지고 남과 나누고 싶어져서 감히 연재를 시작합니다. 여행기를 쓰려고 처음부터 작정하고 여행을 다닌 후에 쓰는 여행기가 아니라 내용이 거칠고 난잡합니다. 이 점 양해해 주시면 나름대로 재미있을 것입니다.


 

여행이란 무엇인가?
여행은 자신의 삶을 옥죄는 일상, 익숙함으로부터의 ‘떠남’이다.
‘떠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바로 자유이다.
그래서 여행의 본질은 자유라고 감히 정의하고 싶다.

우리 고단한 삶에 있어서 자동차의 본질은 무엇인가?


자동차는 ‘떠남’이다. 자기의 고단한 삶이 펼쳐지는 지역으로부터의 ‘떠남’, 즉 여행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진정한 여행은 자동차를 통한 여행이다.

 

▲   나의 첫 유럽 자동차여행의 동반자가 되어준 재규어 X-type, 2000cc 디젤  @사진제공  조성무

 

내가 좋아하는 여행꺼리는 천혜의 자연 절경을 구경하는 것도 아니고 수 백 년, 수 천 년 전 조상들이 살다간 흔적을 찾는 것도 아니다. 그건 그냥 내 여행의 양념꺼리일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꺼리는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다. 그것도 킁킁 쉰내 나는 서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다.

 

필자가 가장 혐오하는 여행 패턴이 있다. 그것은 바로 ‘패키지여행’이라 불리는 단체여행이다. 엄정하게 짜여진 일정과 지역, 그리고 같이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과의 부대낌이 싫다. 여행으로부터 얻어지는 지유의 싱그러운 바람이 아니라 항상 일정표를 들여다보면서 긴장을 늦추면 안 되는 긴장 속의 폭풍전야와 같다.

 

여행 가이드의 관광지 해설은 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입시문제 강의처럼 부담스럽다. 뻔한 루트, 파리 드골공항에 내려서 대기하고 있던 관광버스타고 파리 중심가 중앙역에 내려 근처에 있는 노틀담성당, 루브르박불관, 에펠탑, 개선문 구경하고 관광객들로만 북적거리는 식당에서 식사하고, 파리시민들은 안탄다는 유람선타고, 파리 시내 한복판 프렝땅백화점 근처의 호텔에서 자고...

 

이중 익숙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여행자에게 익숙하면 여행자를 맞이하는 사람들에게도 여행자가 익숙하다. 그냥 일상일 뿐이다. 익숙함을 피해 낯설움의 세계로 가는 것이 여행이라는 필자의 정의에 의하면 이것이 여행일까?

 

여행가이드의 말씀, “내일 아침에는 6시부터 아침식사하시고 8시에 전원 버스에 탑승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평생 먹고 사느라고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났었고 8시에는 출근 전철에 몸을 끼워 넣으면서  살아왔다. 그 지긋지긋한 익숙함을 여행가서도 한다는 것은 끔찍하다.

 

내가 즐겨 찾는 곳은 관광객 맞이로 윤이 반들반들 나는 관광지가 아니다. 관광객을 거들떠 볼 여유조차도 없는 듯 한 생생한 삶의 현장이다. 여행의 여흥(旅興에) 못 이겨 좀 늦도록 술도 마시고 그러다 보면 늦은 아침을 먹는 여유로움. 오늘은 어딜 갈까 고민하는 즐거움. 낯선 곳을 찾아가서 느끼는 향긋한 긴장감. 낮선 사람을 맞이하는 현지인들의 궁금해 하는 눈빛. 이런 것이 좋다. 이런 것을 즐기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자동차이다. 자동차는 자유다. 목적지도, 경유지도, 출발시간도, 도착시간도 내가 정한다. 가다 못가면 쉬었다가고... 필자가 자동차로 여행한 지구촌은 가까이 일본에서부터 캐나다, 유럽 전역이다. 특히 일본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서 적응하느라 애먹었다. 그래서 더 여행다웠다.

 

처음 자동차 여행을 도전한 것은 2003년 가을이었다. 파리인 파리 아웃으로 정하고 동쪽으로 향하여 가다가 하이델베르크에서 철학자 흉내 좀 내보다가 남쪽으로 방향을 바꿔 독일 로만틱가도를 훑고 뮌헨에서 맥주 마시고 스위스로 넘어가 케이블카로 알프스산맥도 올라가보고, 남프랑스 마르세이유로 해서 니스 해변가도 좀 걸어보고 다시 북향하여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을 거쳐서 북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의 몽생미셀 찍고 파리로 귀환 하는 것이 원래 일정이었다. 그러나 그 일정은 절반밖에 소화해 내지 못했다. 왜? 여행이 원래 그런거니까. 가다가 힘들면 쉬었다 가는 게 자동차 여행이니까. 그런데 그 이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그 시절에는 자동차에 네비게이션이라는 것이 없었다. 오로지 지도와 도로 이정표와 나침반으로 길을 잡아 나갔다. 그러니 길을 잃기가 대수였다. 그래서 더욱더 재미있었다.


여행은 길을 잃어야 제 맛이다. 모든 일정 계획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깨져야 재밌다. 깨져야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음 편 이야기는 ‘자동차 여행의 전설-네비게이션 없이 자동차 여행하기’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네비게이션 없이 자동차를 운전한다는 것이 정말로 전설처럼 느껴진다. 처음해보는 유럽 자동차 여행에서 길을 잃어 헤매고, 그래서 재미있고, 그래서 더 추억에 남는 이야기가 많다.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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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08 [18:32]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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