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사람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사랑담은 체온’ 으로 사는 복사꽃 원장님
[인터뷰] 이 순간, 삶터의 가지각색 사연들(7)
 
문희경 기자   기사입력  2017/10/25 [20:01]

당정동에 위치해 있는 솔복지센터 장애우에게 월 1회 수요일에 피부케어를 해주며 사랑담은 체온을 주고받는 피부케어샵을 운영하고 있는 복사꽃 별명을 얻은 박영숙(51세) 원장을 만났다.

 

-솔복지센터(이하 솔센터) 장애우 풍물교실은 매번 내가 제일 잘났어!’라는 구호를 외치며 자기소개로 시작을 합니다. 박영숙 원장님에 대해서는 솔복지센터의 2학년 8반 차지수 엄마, 한 달에 한 번 딸의 친구들에게 피부케어를 해주고, 산본중심상가에서 피부케어샵을 운영한다는 것 밖에 모릅니다. 먼저 내가 제일 잘났어로 원장님 소개를 듣고 싶습니다.

 

=~~ ‘내가 제일 잘났어!’ ... 우리 딸이 목요일 날엔 가슴을 들이대면서 가슴 펴고! 고개 들고! 눈은 똑바로! 내가 제일 잘났어 얍!“ 하고 당당하게 외쳐서 누가 그러래?‘ 하니 우리 장구선생님이!‘ 하대요. 그 말을 듣고... 우선 부끄럽습니다. 제가 이 인터뷰를 하기로 맘먹으면서 요 며칠 생각이 많아 잠을 못 잤습니다. 그리고 아침에도 고민이 되어 소개해 주신 지인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내가 제일 잘났어와 이 인터뷰의 의미를 듣고 보니...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  인터뷰 시작하자 마자 '부끄럽다'며 눈물을 보이는 박영숙 원장  © 군포시민신문

  

사실, 오늘 이 인터뷰는 고백성사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편안하게 하기위해서 다과를 준비하고 옷도 새로 갈아입고 샵도 닫고 직원도 외출 시켰습니다. 직원들이 원장님 하고 싶은 말씀 편하게 다 하세요하고 응원하며 나갔습니다.

 

이곳에서 피부샵을 운영한지 17년 째 입니다. 다양한 직업과 사연의 손님들이 오지요. 그 중에는 장애 자식을 둔 분들도 계십니다. 대부분 십 수 년이 넘은 단골이다 보니 손님이라기보다는 평생지인이지요. 피부 케어만이 아니고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도 하고 같이 고민도 나누며 눈물짓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 딸이 장애라는 것을 밝히지를 않았습니다. 굳이 묻지도 않았지만 그걸 굳이 밝히지 않은 이유가 내 딸이 부끄러워서 그랬던 것은 아닌데...사실 제 손님들이 이런 저에게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그리고 제가 장애자식이 있다는 것을 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나하는 고민과 부끄러움였습니다. ‘내가 제일 잘났어로 소개하라고 하니 무엇이 문제였던가를 분명히 알았습니다. 제 딸도, 저 자신도 부끄러울 것이 없는데 왜 숨기면서 남을 속였다는 죄책감을 갖고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장애 딸이 알려지는 것이, 고의로 감춘 것이 아닌데 지인들에게 배신감을 줄까 두려웠나 봅니다. 그 마음인데 솔센터 장애우들 피부 케어 봉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내 딸은 2학년 8, 장애를 가진 사람입니다. 장애, 비장애라는 단어의 뜻조차 모르면서 장애자식을 둔 엄마가 됐습니다. 어린이 집과 초··고를 일반학교 보냈습니다. 12년 동안 정말 고마운 담임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딱 한 번, 중학교 2학년 때 젊은 여자 담임선생님이었는데... 우리 딸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자주 전화가 왔습니다. 특수학교로 전학을 보내라고... 그래서 어느 겨울날, 제가 복도에 숨어서 하루 종일 우리 딸이 얼마나 반 학우를 힘들게 하고 선생님을 힘들게 하나 보려고 덜덜 떨면서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좀 천천히 행동하고 따라가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집요하게 강권을 해서 결국은 군포중학교 특수반에 전학을 시키려고 상담을 했습니다. 그 당시 상담을 해 준 선생님이 특수반에 와서는 안 될 상태이며 더 나빠질 수 있어 받을 수 없다고 해서 제가 학부모운영위원회를 소집 요청해 그 학교에 남아 오전 정규수업만하기로 하고 오후는 사교육으로 교육시켰습니다. 그때 교감선생님이 그러시대요. ’유학도 보내는데 한 번 해보자고요.‘... 1년 빼고는 담임선생님들께 감사하지요. 용호고에서도 3년 내내 담임선생님과 학우들의 배려로 졸업했고 대학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럼 지방으로 보내야했습니다. 남편이 학력과 지식이 왜 더 필요하냐고 사회성을 길러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대학은 포기 했습니다.

 

딸 고등학교 졸업하고 제가 장애복지 쪽에 정보가 없다보니 그게 제일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솔센터를 소개하는데 그곳이 진심으로 사명을 갖고 복지 일을 한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 봤는데 하하호호웃음꽃이 피고 원장님 이하 복지사 3명이 언제나 자신은 나중이고 솔 가족이 우선이더라구요. 그래서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이 피부케어는 제가... 사랑으로 헌신하는 솔센터 가족과 선생님들께 뭐라도 해 드리고 싶은데 사실 정보도 없고 늘 조심스러워서 항상 망서려집니다. 혹시나 제 행동과 실천이 폐가 될까 봐요.

 

딸을 가끔 피부케어를 해주면 그렇게 행복해 해요. 쌔근쌔근 숨을 쉬며 자는 모습을 보면 제가 그 사랑의 체온으로 행복하고 건강해져요. 어느 날 솔센터 회의 마치고 방방마다 가 보니 우리 친구들이 여드름이면 잡티며,.. 친구들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맘이 들어 몇 번 망설이다 피부케어를 해주고 싶다고 부탁을 했지요.

 

그렇게 매월 1회 피부케어를 해줍니다. 그 날은 오후 4시까지 영업을 안 하고요. 케어 끝나면 남 눈치 안 보는 식당을 예약해서 즐겁게 맛있는 점심을 먹습니다. 처음엔 장애우 이동도 쉬운 일이 아니고 인원도 많고 스킨쉽 하는 것에 불안증세도 보이고해서 두려움도 있었지요. 지금은 케어 끝나고 나면 고맙다고 안아 주고, 볼에 뽀뽀도 해주고... 저한테 돌아오는 사랑의 체온으로... 점심 먹여 보내고 돌아오는 길엔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그날만 기다려집니다.

 

▲  한달에 한 번 박원장에게 피부케어 받고 예뻐지고  맛난 음식 먹으며  행복하는 우리 친구들  ©군포시민신문

 

- 그 모습이 보여 지는 것 같아요. 피부케어 원장님의 자부심도 큰 것 같아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고향은 경북 점촌인데 아버지 따라 군포에 어릴 때 왔어요. 군포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제 인생이 놀아 본 적이 없어요. 슈퍼도 하고 제과점도 했어요. 제과점 할 때 얼굴이 기미가 꽉 차서 결혼 전에는 제 별명이 ‘복사꽃’이었는데... 그때는 ‘펜더’라는 별명을 얻고 살았습니다. 사실 주변에서 기미 때문에 받는 인사로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그 기미 좀 어떻게 해보려고 전문가 찾아 공부하고 제과점과 병행하면서 피부샵도 다녔는데 하는 업무가 영업이었어요. 제가 성실함과 근성이 좀 있답니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희노애락과 상관없이 근성을 갖고 영업을 했지요. 근데 사람들이 ‘니 얼굴 기미나 어떻게 해봐’ 이런 태도를 보였어요. 더욱 더 공부와 피부케어를 열심히 해 ‘얼굴은 내장의 거울이다’라는 것을 터득했지요. 제 기미는 극심한 변비 때문이었어요. 먼저 변비 치료하기 시작하면서 기미가 터지면서 벗겨지더군요. 영업할 때 그때 그 과정을 본 사람들로 샵이 번창하기 시작해 제과점을 접고 샵을 냈지요. 그게 21년째이고 그때 손님이 대부분으로 단골이 100 여 명 됩니다.

 

-피부가 봄날의 복숭화꽃 같은데, 보자마자 원장님 딸 별명 복사꽃이 떠올랐습니다. 피부케어 일이 기가 뺏기는 일이라고 하던데요. 21년째나, 힘들지는 않나요

 

=힘들지 않습니다.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 이 일은 하면 안 됩니다. 제 건강관리를 철저하게 합니다. 저에 긍정의 체온이 손님에게 전달되고 반사적으로 손님의 따뜻한 체온이 돌아옵니다. 제가 불안하고 건강하지 못하면 돌아오는 체온도 싸늘합니다. 서로 금방 느껴집니다, 정시에 자고 일어나고 건강한 음식 챙겨 먹습니다, 그리고 손님, 아니 이제는 평생지인이지요. 보약이며 과일이며 건강음식을 박스로 보내옵니다. 사랑 담긴 건강한 체온을 달라고요. 아침마다 출근하면서 삶터에다 큰소리 인사를 합니다. 안녕하자, 오늘도 행복하게 일하자 그리고 직원하고 그날 손님을 어떻게 케어 할 건지 맞춤형 회의를 합니다. 저는 이 직업이 너무 좋습니다, 사랑담은 체온을 주고받는 직업이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서두에 ‘부끄럽다’해서 당황을 했습니다. 딸이 장애라는 것을 말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을 갖고 계셨나 봅니다. 자녀는 딸뿐인가요? 언제부터 장애를 갖고 있었는지,

 

=사실 손님들이 이런저런 속사연을 말하는데 저는 장애 딸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은 아닌데 죄책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장애인복지관 축제 때 장애우 가족 여럿이 함께 밥을 먹으러 갔는데 저를 소개해준 지인은 여기저기에 ‘제 딸입니다’라고 소개를 하대요. 그때도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딸을 임신했을 때 검사는 다 받았고 다 정상이었습니다. 출산하고 퇴원해서 일주일쯤 됐는데 엄마하고 가족이 아무래도 황달기가 너무 심한 것 같다고... 그래서 병원에 입원 시키고 버스타고 집에 오는데 젖몸살로 옷이 다 젖어도... 울며울며... 집에 도착하니 전화가 벨이 울려요. 아기가 위급하니 서울대학병원으로 옮기자고요. 아기를 포기하라고 하대요... 남편과 저는 한 순간도 포기 하지 않았습니다. 내 자식이 평생을 누워 있는다고 해도요. 그 아기가 그 죽음을 떨치고 살아주었으니 감사 할 뿐이지요. 저를 살게 하는 천사입니다.

 

-인생에 다가온 시련이 가장 행복한 일이 되었나 봅니다. 천사가 원장님께 왔네요. 원장님도 천사를 닮았네요.

 

=아니, 아니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오늘은 정말 속이 다 후련합니다. 부끄러움 때문에 지인에게 장애 딸을 밝히지 않은 게 아니라는 것을 다 말해서요. 남들이 보면 제 인생에 다가온 시련이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런데 제 딸이 살아 있잖아요. 우리 딸이 우리에게로 태어나서 그리고 살아줘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딸 때문에 새로운 세상도 알고 그 때문에 행복하고 그러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저의 얼굴에 기미도 ‘펜더’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사실 어떻게 보면 인생에 다가온 시련이었겠지요. 하지만 그 시련을 직면하고 제 천직인 피부케어샵도 하게되었고요.

 

▲ 내가 제일 잘났어 얍!’하면서 당당하게 살고요. 그리고 ‘피부케어샵 원장’ 이름값 하면서 ‘사랑담은 체온’을 주고받으며 살 겁니다.    ©군포시민신문


-원장님은 다가온 인생의 시련을 직면하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현명하게 자신과의 약속을 한 것 같습니다. 얼굴에서 봄날의 분홍빛 인상으로 복숭화꽃처럼 느껴집니다. 딸이 2학년 8반, 원장님이 5학년1반, 앞으로 인생도 많이 남았는데 혹시 딸 때문에 미래가 두렵지는 않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아직도 장애, 비장애 기준이 뭔지 모릅니다. 제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좀 느리고 천천히 갈 뿐이지 빨래며 청소면 자기관리 다 잘 하고, 따뜻하고 착하고. 친정, 시댁식구 다들 날개 없는 천사라고 합니다. 그 딸 때문에 남편과 저, 온 가족이 행복합니다. 특히 남편은 28년간 오후 5시면 퇴근해서 딸과 함께 지냅니다. 그것이 자신의 인생이고 취미이며 즐거움이며 행복이라고 합니다. 제가 남은 미래에 두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장애를 가진 딸 때문이 아닙니다. 그리고 미리 두려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가족과 그리고 주변이웃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그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장님 인생드라마는 지금 한창 진행 중 인데요. 앞으로 남은 인생을 연출한다면 어떤 주인공이고 싶으신지요.

 

=먼저 엄마로서 ‘가슴 펴고! 고개 들고! 눈은 똑바로! 내가 제일 잘났어 얍!’하면서 당당하게 살고요. 그리고 ‘피부케어샵 원장’ 이름값 하면서 ‘사랑담은 체온’을 주고받으며 살 겁니다. 제가 신명이 좀 있습니다. 장애자식을 가진 엄마들도 힐링이 꼭 필요한데 솔센터에 엄마들 모임이 없어요. 그래서 친목하고 문화생활, 봉사도하는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별 일 다 있습니다. 이렇게 살겠습니다.  

 


# 독자가 내는 소중한 월 1천원 구독료는 군포시민신문 대부분의 재원이자 올바른 지역언론을 지킬 수 있는 힘입니다. #구독료: 12,000원(년간·면세)/#계좌 : 농협 301-0163-7916-81 주식회사 시민미디어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7/10/25 [20:01] ⓒ 군포시민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주간베스트 TOP10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