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로스프크는 블라디보스톡 못지 않게 조선인들에게 인연이 많은 곳이었다. 극동지방의 중심지이다. 처음으로 이곳을 개척한 하바로프스크의 이름으로 붙여진 도시인데 하바역 앞에 동상으로 우뚝 서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도 초기에는 하바까지만 운행했었다고 한다.
한편 블라디에서 점차 북상한 한인들이 자리잡으면서 독립운동의 거점역할을 했었는데 작가 조명희(충북 진천에 포석조명희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2년전 방문한 적이 있다) 조선의 로자룩셈부르크라 불린 김알렉산드리아 스탄코비치의 활동무대이자 처형지이기도 했다. 외국어에 능통해 외무부 일을 맡았고, 최초의 볼세비키당원이자 한인 사회당을 건설의 주역이기도 했던 인문이다. 얼마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여성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그녀의 일생에 관해 좀더 자세히 소개를 들었었다. 그래서 나도 두 번째로 방문했던 것 같다.
레닌광장의 레닌상은 근엄한 지도상이라기보다 친근한 노동자 내지는 아저씨같은 분위기를 준다. 스탈린과 달리 러시아 곳곳에서 동상으로 살아남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17년 러시아혁명은 레닌의 지도하에 짜르 봉건체제를 무너뜨리고 노동자 농민 약소민족의 해방지원 사회주의국가라는 인류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는 점은 프랑스혁명처럼 인정되는 것이리라 싶다.
두 번째 방문인데 중심지는 아무르강변에 펼쳐진 콤스몰공원과 지역자연사박물관 그리고 유럽의 어느 나라처럼 널찍한 시가지가 있다. 김유천거리도 있다. 볼세비키군(적위군)에 입대해 1921년 일본 관동군과의 전투에서 전사한 여성이다. 이곳에서는 칼 마르크스거리 김유천거리는 거리명 자체가 특이하다. 베를린에서 로자룩셈부르크 거리와 지하철역을 만난 기억이 떠 올랐다.
레닌광장에서 중심가 거리를 걷다가 저녁식사는 북조선의 능라도식당을 찾아 평양냉면과 평양소주도 한잔씩 했다. 작은 규모였지만 러시아인들이 그룹으로 와서 식사겸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 최근 경직된 정세와 분위기 탓인지 봉사원들이 함께 사진찍는 일도 사양하는 분위기라 조금 아쉬웠다.
이어서 아무르강변 모래사장을 걸어보니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 특히 여성들, 비키니 차림으로 누워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콤스몰 광장에서 잠시 기념촬영도 하고 성모승천성당도 둘러보았다. 마침 연락이 닿아서 근처 아랍계 슐탄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고 하바에서 유학하다 정착한 지선생을 만날 수 있었다. 고려인 여성과 결혼했고, 가게를 겸한 모임공간을 만들어 한글학교를 운영하려는 포부도 밝혀 반가웠다. 교외에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한다는데 늦게 알았으니 다음 기회에 이용해 보기로 했다.
김알렉산드라가 활동했던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기념비를 소개받고 반갑게 사진도 한 컷 찍었었다. 그리고 가게에서 몇가지 물품도 구입하고 안내받은 증앙시장은 상당히 큰 규모였고 갖가지 공산품 그리고 각종 육류를 직접 도축해 팔기도 한다. 김치가게를 운영하는 고려인 여성들도 만날 수 있었다.
잠시후 떠나야 하는 일정이라 마땅히 뭔가를 살 수 없어 아쉬움을 남긴채 다시 택시로 역 근처에 도착했다. 유심칩을 구입해 자유롭게 통화를 시작할 수 있었고, 보드카와 맥주도 구입하고 서둘러 역구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고 예약해둔 블라디보스톡행 열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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