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웅 칼럼] 이 땅에서 사라져간 우리의 오타니와 야마모토들을 위하여

권혁웅 대한생활체육야구협회 전략기획팀장 | 기사입력 2025/11/25 [08:48]

[권혁웅 칼럼] 이 땅에서 사라져간 우리의 오타니와 야마모토들을 위하여

권혁웅 대한생활체육야구협회 전략기획팀장 | 입력 : 2025/11/25 [08:48]

▲ 권혁웅 대한생활체육야구협회 전략기획팀장

2025년 LA다저스의 MLB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활약이 화제였다. 오타니는 2025 시즌 타자로 55홈런, 투수로 ERA 2.87을 기록했다. ‘이도류’라는 ‘불가능’을 또다시 ‘현실’로 바꿨다. 야마모토는 월드시리즈 3승을 거두며 MVP에 올랐다. 신장 178cm, ‘작아서 안 된다’는 편견을 깼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런 말이 나온다. “일본 야구는 오타니나 야마모토 같은 스타를 키웠는데, 한국 야구는 뭐하고 있나” 그런 한탄에 필자는 이렇게 답한다.

 

“한국의 오타니? ‘이도류는 비현실적’이라며 포지션 고정 후 폼 교정 반복하다 삼진이 많다고, 시속 138km 던진다고 방출당했을 것이다. 한국의 야마모토? 지명조차 받지 못했을 것이다. 키가 작아서” 

 

우리는 그렇게 수많은 가능성을 ‘현실’이란 이름으로 지워왔다. 스포츠가 세상을 매혹하는 이유는 그것이 ‘극기(克己)’의 서사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한계를 넘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온 스포츠의 역사는 그 자체로 인간 진화의 본질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 쉽게 불가능을 단정한다. “이도류는 현대 야구에서 무리.” “키가 작으면 통하지 않는다.” 그런 단정은 스포츠의 본질에 반한다. 인간의 역사를 부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느 교수는 강의 첫머리마다 이렇게 말한다. “미국 일개 주 일개 경기장이 동원하는 관중 수익이 한국 경기장 전체보다 많다. 그건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다.” 학생들은 그 말을 ‘현실’로 받아들인다. ‘불가능’부터 가르치는 나라에서, 현실을 바꾸겠다고 누가 나설까? 변호사를 꿈꾸던 어린 말콤 엑스에게 교사는 ‘넌 흑인이니 목수를 하라’고 말했다. ‘흑인이 무슨 변호사냐’는 당시 편견을 ‘현실’로 가르친 것이다. 물론 말콤 엑스는 그 현실과 싸워 역사를 바꿨지만, 실제로 그 교사는 수많은 말콤 엑스를 목수로 만들었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 역시 경기장 안팎에서 수많은 오타니와 야마모토들을 그렇게 잊히게 만들고 있다.

 

고 정주영 회장은 “해보기나 했어?”라는 말을 자주 했다. 한국은 원래 ‘가능’보다 ‘불가능’과 더 친한 땅이었다. 정주영 회장처럼 ‘해보기나 했어?’라며 도전한 이들이 세계 최빈국이라는 ‘불가능’과 싸운 결과가 오늘날 세계 10대 대국 한국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정주영 회장의 ‘현실’보다 훨씬 풍요로운 현실을 사는 지금 우리가 오히려 그보다 더 불가능을 ‘현실’로 말하고, 그런 ‘현실’을 앞세워 도전을 금하고 한계에 체념하라고 말한다. 불가능과 현실이 동일시되는 사회에서는 이상도, 꿈도 자랄 수 없다.

 

이번 MLB 월드시리즈를 보며 많은 이들이 오타니와 야마모토를 찬탄한다. 그들을 품을 수 있는 미국 야구 시장의 크기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 화려한 ‘현실’에 앞서, 우리가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불가능을 말하며 부정했던 우리의 오타니와 야마모토들을 떠올리고 싶다. 그들을 잊는 순간, 우리에게는 ‘현실’로 위장한 ‘불가능’만 남는다. 그리고 그런 ‘현실’만 남은 나라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역사가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 AI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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