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 연길시 조양가(朝阳街) 2728A에 위치한 연변한국국제학교는 대한민국 정부(교육부)가 설립하고 중국 정부가 승인해 준 중국본토 최초의 한국인 학교이다. 1998월 6월 1일 초등학교로 개교한 이래 2003년부터 초·중·고 12학년 과정의 학생들이 교육받고 있다. 교훈은 ‘당당한 한국인, 유능한 국제인, 희망찬 미래인(堂堂正正的韩国人, 有能力的国际人, 充满希望的未来人)’이다. 매년 5월 말 개교기념 행사로 열리는 학교(교장 이흥배) 주최 ‘윤동주문화제’에 맞춰 국내 문학시선작가회(대표 박정용)가 주관하는 ‘윤동주문학상’ 시상식도 이곳에서 함께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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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낭송가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단체 시극(詩劇) 공연 (사진=신완섭)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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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연변 출신인 윤동주 시인의 탄신 108주년 및 서거 80주년 기념 ‘2025년 윤동주문학상’ 공모 결과, 시 부문에서 권명해·김지희·김종혁·선환기·신완섭 5인, 수필 부문에서 강두순·김경재·신점숙 3인, 평론 부문에서 한유경 1인, 소설 부문에서 김사라 1인, 미디어시나리오 부문에서 강여정 1인 등 총 11명의 국내외 작가가 선정되었다. 이 중 시 부문 김지희 시인은 중국 소저우, 소설 부문 김사라 작가는 미국 시애틀에서 활동하는 해외동포 작가로 밝혀졌다. 본 기자도 시 부문 작품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윤동주문학상 시상식 참가차 윤동주문화제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학교 강당에서 2025년 5월 30일 오전 8시 30분에 학생 회장과 부회장의 사회로 시작된 행사는 이 교장과 박 대표의 인사말에 이어, ➀ 윤동주문학상 부문별 시상식, ➁ 시선작가회 세 시인과 학생의 시낭송, ➂ 시선작가회 박정용 대표의 시 강연, ➃ 시인과 학생들이 함께하는 조별 시 창작 및 발표회, ➄ 시낭송가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단체 시극(詩劇) 공연의 순서로 오전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 중 윤동주 시인의 시를 시제(詩題)로 삼아 총 9개 조에 배속된 다섯 학생이 30분 동안의 협업으로 창작시를 완성한 뒤 짧은 시극 형태로 가진 발표회와 강여정 시인이 기획 연출하여 10여 명 학생을 무대에 출연시킨 ‘별 헤는 밤, 그 길 위에’ 시극은 큰 감동을 자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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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주문학상 부문별 시상식 (사진=신완섭)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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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의 오후 일정은 버스로 3,40분 걸리는 용정시 명동촌(明東村) 방문이다. 명동촌은 북한 접경과 멀지 않은 일개 촌에 불과하지만 숱한 애국지사와 민족시인 윤동주를 배출한 항일촌이다. 공원화되어 있는 이곳 윤동주 생가에서 1시간 반가량 학생들의 윤동주문화제 백일장과 사생대회가 열렸다. 학교 측이 마련해준 버스로 명동촌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1시경. 행사개시 선포와 동시에 자리를 몰래 빠져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윤동주 시인의 묘소로 찾아갔다. 행사 마감 시간인 오후 2시 반까지 돌아오는 암묵적인 결행이었다. 용정시 외곽에 자리한 동산(東山) 교회공동묘지까지 가는 길은 수월하지 않았다. 도로변 ‘회통강재’ 입간판이 보이는 곳을 끼고 한참을 굽이굽이 올라가 만나게 되는 흰벽 파란지붕 건물 약간 내려간 곳에 윤동주 무덤이 있다. 27세에 세상을 떠난 시인의 서거 80주년을 맞는 해인지라 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불과 4~5m 왼편에 동갑내기 ‘청년문사’ 송몽규도 함께 묻혀있어서 예를 갖추어 두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영면을 빌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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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주 묘비 (사진=신완섭)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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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생가터로 되돌아온 시각이 2시 25분경, 진땀을 식힐 틈도 없이 심사위원들이 모여있는 방에 합세하여 심사에 함께 참여했다. 최종 선정한 수상작은 운문에서 2점, 산문에서 1점이었다. 이 중 운문 부문 수상자 9학년(중 3) 구지영 학생의 시 ‘꿈’을 소개한다. 개인적인 불찰로 뒷장으로 이어지는 종결부분 시구를 챙겨오지 못했다. 독자 여러분이 대미를 채워주기 바란다.
꿈
9학년 구지영
홀씨는 저 멀리
훨훨 날아가는구나
독립이라는 꿈을 안고
바람 타고 여기저기
싹을 튼다
이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종이에 나의 꿈을
써내려간다.
이 칠흑 같은 어둠 속
길을 찾아 헤맨다
1945년 8월 15일
푸른 하늘 아래
돋아난 새싹들과
방긋 웃어주는 꽃들아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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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주 육필목각판 증정식 (사진=신완섭)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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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경 귀교하여 행사 해산식에서 박 대표는 이 교장에게 장학금 금일봉을 전달한 뒤 곧바로 3대의 택시로 나눠타고 학교 측이 마련해준 만찬장으로 향했다. 『전주비빔밥(全州吃拌饭)』, 이 교장의 감사 인사에 박 대표는 “윤동주 탄신 100주년 때부터 해마다 함께 치러온 행사가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다. 윤동주 정신을 함양하는 데 함께해서 기쁘다”고 화답했다. 본 기자도 “여러 행사에 함께하며 여느 문학상 수상과는 다른 뿌듯함을 느끼게 되었다. 작가에게 주어지는 명예에 그치지 않고 ‘문화나눔 활동’으로 승화시킨 점이 돋보인다. 앞으로도 신예 문학인 양성은 물론 학교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하길 바란다”는 응원의 목소리를 내주었다.
술잔이 몇 순배 돌자 박 대표의 아내인 신현진 교수가 대뜸 윤동주문학상 제정 초기에 남편이 갑자기 소유하던 두 집 중 한 집을 팔아 행사 관련 비용을 마련한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처음에는 정신 나간 사람인 줄 알았는데, 8년간을 꾸준히 이어오는 걸 보면서 그나마 살 집은 남겨두었으니 천만다행”이라는 웃픈 이야기였다. 그 남편에 그 아내다. 두 분의 문학사랑과 집념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강여정·서진숙·김점숙 시낭송 트리오의 활약상, 작가회 총무를 맡아 박 대표에게 티격태격 고충을 털어놓으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한유경 작가, 연길 생활의 이모저모를 알려주시는 교장 선생님 이하 여러 선생님들의 입담까지 더해져 자리는 더욱 화기애애해졌다. 짧았으나 매우 보람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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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변한국국제학교 교훈석 (사진=신완섭)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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