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브루크너 교향곡에 끌려 사이먼 래틀 경 지휘, 조성진 협연의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이하 BRSO) 11월21일 롯데콘서트홀 공연을 예매했다. 이제까지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은 악기구성이 방대하고 클래식 팬들도 듣기 어려운 곡으로 알려져서 자주 무대에서 연주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 탄생 200주년이 되는 2024년에는 세계의 유수 악단들이 브루크너 교향곡을 앞다투어 무대에 올렸다.
BRSO 내한공연 이틀째, 대미를 장식한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연주는 75년 역사를 가진 BRSO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우선 타악기와 관악기의 구성만도 30여 명의 연주자들로 꽉 찼다. 지휘자 래틀은 뮌헨의 한 인터뷰에서 브루크너 9번 교향곡에서의 불협화음은 도움을 청하는 '절규'라고 했다. 브루크너 자신의 고통을 불협화음으로 표현한 음악을, BRSO는 현악기의 여린 소리와 관악기의 부드러운 음색으로 무겁지 않게 끌고갔다. '삶과의 이별' 이라는 3악장도 웅장한 관악의 수준높은 사운드로 마무리됐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고 지휘자와 단원들, 관객 모두 다소 긴 여운을 공유했다. 그리고 함성처럼 터진 박수갈채-- 여러 번의 커튼 콜이 있었으나 앵콜은 없었다. 클래식 애호가들도 귀에 익숙하지 않은 이 곡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전체적으로 따듯하고 풍성한 소리를 낼 줄 아는 BRSO 단원 개개인의 내공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날의 두 번째 무대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 이 곡은 베토벤의 초기 작품으로 '젊은 피아니스트가 젊은 베토벤을 만났다'라고들 한다. 2번은 베토벤의 다른 피아노 협주곡들보다 소박하고 악기편성도 간소하다. 더구나 같은 음의 반복으로 지루할 수도 있는데, BRSO만은 각각의 악기들이 다채로운 음색을 역동적으로 들려준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연주를 주고받을 때마다 이들의 호흡이 환상적이어서 큰 감동을 받았다. 또 협연자 조성진은 베토벤의 음악을 자의적으로 해석함에 지나치지도 모자람도 없이 스마트한 연주를 한다는 평을 듣는다. 앵콜 곡으로 슈만의 '왜'를 선택했는데, 앵콜 곡이 브루크너의 난해한 교향곡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첫 번째 연주는 안톤 베베른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6개의 소품으로 시작했다. 관악과 타악의 편성은 수나 종류로도 브루크너를 훨씬. 능가하는 작품이다. 처음보는--크기는 신문고처럼 크고 소리는 징과 같은--타악기도 있었다. 베베른의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다채로운 타악기들은 관객들에게 시각적 흥미를 제공해 주었다. 이 곡도 자주 연주되고 많이 듣던 곡은 아닌데, 타악기의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뮌헨의 소리라 일컬어지는 BRSO는 전 상임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서거 이후, 3년의 공백기를 거치면서 묵묵히 상임지휘자를 기다렸다. 2023년 시즌부터 상임지휘자로 임명된 영국 출신 사이먼 래틀 경은 얀손스를 계승하고 배려하면서 서서히 자신의 소리를 입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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