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윤수일이 아닌 로제의 아파트에 전 세계가 매료되었다. 무슨 뜻인지 중요하지 않다. 경쾌하고 익숙한 듯 새로운 무언가가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초1 아들과 초3 딸은 박첨지의 첨지가 무엇인지, 첨지의 작은 집이 무엇인지, 평양감사가 무엇인지 모른다. 심지어 인형극도 생애 첫 관람이다. 낯설고, 어려우려나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에헤라~’하는 순간 이미 엉덩이는 들썩들썩 쿵덕쿵덕, 엥엥엥, 풍물소리에 어깨도 들썩들썩.
재밌냐는 물음에 초1의 대답은 아주 심플하다. “몰라~ 신나!” 마흔 중반을 넘긴 아줌마는 뒷덜미를 잡힌 박첨지의 소리에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건너고 건너. 팔도강산의 세계로 건너버렸다. 저잣거리에 깔린 멍석 위에 도착해 보니, 헤어진 마누라 꼭두각시를 찾아 재회하는 현장에 와 있다. 아이고, 어쩌다가 주름이 자글자글해진 배우자로 만나게 되었을까? 자신의 운명이 기구하고 세월이 아련하고 애틋할 법도 한데, 서로 쭈그렁 방탱이가 됐다며 품평하는 모양새가 우습지도 않다. 익살에 푹 빠져 웃다보니, 이런 염치 없는 인간 보소. 작은 마누라를 얻었다면서 상면을 시키네. 미안하다, 사정이 그렇다. 빌어도 시원찮은 판에 살림도 작은 마누라에게 다 나눠준다. 서러운 꼭두각시는 중이 되겠다며 금강산으로 향한다. 참 나쁜 놈이다. 나쁘다,나빠! “우! 나빠요~~ 나쁘다, 못 됐다!”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소리친다. 이것이 우리 극이 주는 묘미이다. 굽이굽이 맺힌 세월에 한마디도 못 하는 인물을 대변해 관객이 하나 되어 대거리도 해주고, 인물이 머쓱해하면 속 시원하다고 공감도 해주고. 그러면서 떠 올려본다. 가부장적인 삶의 세월 속 나. 나의 엄마. 엄마의 엄마였던 누군가의 엄마의 삶을 포개본다. 그렇게 잇고 이어서 선을 그어보면 우리네 삶이 오롯이 녹아든다.
돌아보면 또 그렇다. 첨지의 삶이 그리 녹녹했던가. 평양감사는 매사냥이나 하고 있고, 첨지에게는 꿩이나 팔아오라하고. 낮잠을 자다 개미에게 땡금줄을 물려 죽은 상여가 등장하자 박첨지는 대성통곡을 한다. 누구 상여인데 그리 우는지 묻는 말에, 아무리 울어도 싱겁다며 익살을 부린다. 상도꾼을 대라는 상주의 억지에 벌거벗은 홍동지를 불러 상주를 모욕하는 방식을 취한다. 지배층에 당하고 당하는 서럽고 힘없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는다. 웃고 또 웃는다. 그를 따라 웃다 보면 어느새 홍동지가 되어 시원하게 오줌 한 번 갈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높디높으신 양반들 참 우습다. 그러다 보니 한세상이 진다.
환상덜미는 우리의 전통인형극 꼭두각시놀음과 미디어아트가 결합 된 공연이다. 대잡이가 덜미에서 인형을 조종하면 극에 등장하는 인형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창도 하고, 떼이루 떼이루, 우여-우여- 반복되는 사설에 맞춰 장단을 듣는 것도 흥겹지만, 무엇보다 꽃이 피고지고를 보면 시간이 함께 흐르는 것 같고, 팔도강산을 보여주면 함께 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옛 시간을 간직한 사람에게는 추억의 장소로 데려다 줄 것이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어느 장소로 여행하는 신기로운 경험을 누군가에게는 선사하도록 이끈다.
모든 세대를 아울러 축제의 현장으로 초대하는 남사당 이수자들을 통해 전통연희에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언제나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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