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강 작가 축하에 필요한 세 가지작품을 읽고 문학을 통해 연결됨을 느꼈으면
요즘 우리의 화제 중의 최고는 한강 작가가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식이다. 노벨 문학상은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이상(理想)적인 방향으로 문학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여를 한 분께’ 수여하라는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해마다 전 세계의 작가 중 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1901년부터 현재까지 120명의 수상자를 냈다. 12월 10일, 수상을 하면, 한강 작가는 121번째, 여자 수상자로는 18번째가 되는 셈이다.
그간 우리나라 문단은 매해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역시나” 하고 실망을 해왔었다. 이 실망의 역사 중에 노벨 문학상에 가장 근접했던 작가는 김은국 작가였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 문인이 아닌 한국계 미국 작가인 Richard E. Kim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대표작 <순교자>는 1964년 미국에서 발간 당시 20주 연속 베스트셀러였고, 1967년 노벨문학상 수상이 거론된 바 있었다.
2024년 10월 10일, 우리들의 오래된 노벨상 콤플렉스를 깨는 기쁜 뉴스가 들려왔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의 작품들은 폭력과 고통을 다루고 있다. 어떤 이들은 그의 작품을 읽기 힘들어하기도 한다.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폭력의 묘사 때문에 읽기가 힘들었다. 읽으면서 우느라 힘들었다. 그러면 작가는 어떠했을까?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 집필 과정은 “압도적인 고통”이었다고 인터뷰에서 고백한 적 있다. 작가나 독자들에게도 고통스러운 소설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해서 한강 작가는 이렇게 답한다. “소설로 쓰는 이유는 우리가 고통을 느끼는 인간이니까. 다 연결돼 있으며. 언어라는 불완전한 도구를 통해 아주 깊이 내려가서 뭔가를 말하면, 읽는 사람이 같이 깊이 내려와서 읽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한강 작가를 직접 만난 적은 없다. 21년 팬데믹으로 <서울국제작가축제>가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을 때, 한강 작가의 개막 강연을 들었다. 일정표에는 개막 강연이라고 나와 있었지만, 작가는 딱딱한 강연이 아니라 나지막한 목소리로 글을 낭독했다.
“천변의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여름이 가면 가을, 가을이 가면 겨울…. 그리고 내가 이 세상을 사랑한다고 새삼 알게 되었다.”
그의 깊은 곳에는 세상에 대한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의 힘이 고통스럽지만, 작품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다. 고통스럽게 쓰는 작가가 있고 고통스럽게 읽는 독자가 있다. 우리는 문학을 통해서 연결되어 있다. 한강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가 있다면 『작별하지 않는다』를 권한다. 자신의 최근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랑에 대해 한번 써봐야겠다.” 마음먹고 내놓은 소설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강 작가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한⸳영문으로 출간된 『회복하는 인간 ( Convalescence)』을 추천한다. 짧은 소설이므로 시적인 산문을 ‘원서’인 한글 원문과 번역본 영문을 동시에 읽을 수 있다. 한강이 부른 노래 <12월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들어보는 것을 권한다.
한강의 책 판매 부수가 노벨 문학상 발표 뒤 엿새 만에 10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103만 2천부가 팔렸다. 온라인 기준으로 이들 3개사의 시장점유율은 90% 가까이 된다. 남은 10% 남짓한 판매가 동네 책방의 몫일 것이다. 한강 작가는 서울 서촌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독립서점도 문학의 연장선이다. 대형서점과 대형 출판사가 책 판매를 좌지우지하는 자본의 논리와는 상관없이 좋은 책을 독자와 연결해 주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이왕이면 동네 책방이나 독립서점에서 한강 작가의 책을 산다면 더 좋겠다. 더 나아가 한강 작가의 책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에게도 눈길이 갔으면 좋겠다.
한강 작가는 노벨상 수상한다고 큰 잔치를 할 때가 아니라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날마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느냐. 즐기라고 주는 것이 아니라 냉철해지라고” 수상하는 것이라는 숙연한 작가의 말을 전해 듣는다.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노벨상 시상식이 진행된다는데 기대된다. 한강 작가의 어떤 수상 소감을 듣게 될까. 한 편의 시 같지 않을까. 그 시상식까지 독자가 준비할 것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용기 내어 고통스럽게 읽기, 세상의 많은 고통에 대해 생각하기, 그리고 12월의 첫눈. 이 세 가지가 있다면 노벨상 수상을 멋지게 축하할 수 있으리라.
글쓴이 소개 : 안산대학교 보육과 교수를 하다 지금은 독립출판인 신촌책방 대표를 맡고있으며 <보다, 읽다, 만나다>, <인간가족> 등의 도서를 발행했다. 15년째 군포에서 거주 중이며 군포 문화도시 시민기획단으로 활동하며 군포시 1인가구를 위한 정책과 문화도시라는 주제로 포럼을 진행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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