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55년 전 한 여인이 음독자결했다. 그녀의 이름은 조선 시대 의주 관기(官妓) 출신인 ‘한계(韓係)’이다. 당시 좌의정을 지낸 정치화(1609~1677)가 중국연경을 세 번 오갈 때 그녀를 면천시켜 데려와 소실로 삼았다. 왕명에 따라 의주로 되돌아가야 하는 운명에 놓이자 1669년 음력 9월 4일, ‘상공(相公)의 은혜를 땅속에 묻혀서나마 지키겠노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다. 동래정씨 문중에서는 그녀를 ‘의랑(義娘)’이라 칭하고 선산인 이곳 수리산 자락에 안장하여 묘비를 세워주었으며, 문사인 백헌 이경석(1595~1671)은 그녀를 애도하는 시를 지어 주었다.
우연한 기회로 지난 7월 초 그녀의 묘소를 발견한 군포시민 일부에서 그녀의 기일을 기리고자 하는 ‘한계추모추진위원회’가 꾸려져 그녀의 355주기 기일인 10월 6일(음 9/4) 첫 추모제를 올리게 된 것이다.
이날 오전 11시 납덕골 하천 건너 수리산 자락에 제주(祭主) 역을 맡은 주근동 군포문화원장, 제문을 낭독할 이진복 사학자, 청주한씨 가문을 대표한 한대희 전 군포시장, 추모노래를 불러줄 박선봉 소리꾼 등 15여 명의 군포시민이 모여들었다. 이 행사를 준비하는데 참여한 지역작가 신완섭 추진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제례는 먼저 초헌관 이진복 향토사학자를 필두로 아헌관 주근동 문화원장 외 납덕골 지역유지, 종헌관으로 양해택 씨 외 9988클럽 일동이 차례로 헌주한 뒤 초헌관 이진복 씨는 제문 낭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좌의정 정치화의 소실 의랑 청주한씨 한계 님의 355주기 기일을 맞이하여, 그 의로움을 기억하고자 삼가 맑은 술과 몇 가지 음식으로 정성껏 제사를 드린다. 단양의 두향제처럼 앞으로 군포의 자랑거리가 되기 위해 잔을 올린다”며 비록 천한 신분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지역민들이 삼가 본받아야 할 향토사의 한 장(章)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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