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시수첩(譚詩手帖) 출간 박현태 시인 "80대 중반인 나의 진면목"

'오래 산 목숨에는 숨터가 필요하다' (4부 ‘덜컹거리는 빈 의자’ 중 일부)

신완섭 기자 | 기사입력 2024/09/05 [07:47]

담시수첩(譚詩手帖) 출간 박현태 시인 "80대 중반인 나의 진면목"

'오래 산 목숨에는 숨터가 필요하다' (4부 ‘덜컹거리는 빈 의자’ 중 일부)

신완섭 기자 | 입력 : 2024/09/05 [07:47]

 

지은이 박현태 시인

분  량 109페이지

출간일 2024년 8월 30일

펴낸곳 토담미디어

 

  유난히도 뜨거웠던 8월이 끝나던 월말 무렵에 결실의 계절 가을을 예고하는 농익은 창작시집이 출간되었다. 지은이는 1939년생의 박현태 원로시인, 표제는 <담시수첩>이다. 시인이 직접 이름 붙인 표제 ‘담시(譚詩, Ballade)’는 중세 유럽에서 형성된 정형시의 하나로. ‘자유로운 형식의 짧은 서사시’를 말한다. 따라서 본문의 시들은 한결같이 간결하면서도 시인의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사람 없는 빈집엔 바람이 분다

  바람도 이따금 고독사한다 (1부 ‘치솟는 죽순’ 중 일부)

 

  고여있는 물은 제 그림자 만들지 못하고

  바람은 아무리 부벼대도 구겨지지 않는다 (2부 ‘들배지기 하는 바람’ 중 일부)

 

  생애 가장 넉넉한 삶터는 황혼기다

  너무 심하게 바락바락 나대지 말거라

  오래 산 목숨에는 숨터가 필요하다 (4부 ‘덜컹거리는 빈 의자’ 중 일부)

 

  박 시인은 현재 ‘사람 없는 빈집’에 살고 있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아내와 몇 년 전 사별해서다. 아내의 빈 자리를 ‘바람’(공허)이 차지한 지가 오래라서 이따금 고독사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아무리 부벼대도 바람이 구겨지는 법은 없다. 시인의 일상은 그만큼 나름대로 농밀하다. 매일 일정한 시각에 눈을 뜨고, 틈틈이 시를 짓고, 일주일에 한 번은 복지관에서 문학 강좌를 연다. 

 

  박현태 시인 (사진=신완섭) © 군포시민신문

 

  1972년 첫 시집 <미완의 서정>을 출간한 이래, 이번 시집은 등단 50여 년 만에 내놓는 28번째 시집이다. 더욱이 70대 중반에 이르렀던 10년 전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매년 1권 이상의 시집을 내고 있으니 그 성실함에 감탄치 않을 수가 없고, 삶을 관조하는 시의 깊이에도 감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에 대해 시인은 “나이 들어 내가 할 수 있는 게 독서와 시작(詩作) 밖에 없다. 일상을 살아내면서 쌓인 삶의 무게나 시적 수사를 다 덜어내고 온전히 내 마음과 생각을 가볍게 담아내 본 이번 시집 속 담시들은 80대 중반인 나의 진면목이기도 하다. 문득 한 줄도 길다고 느낄 때 써둔 자식 같은 시들을 사산아처럼 내팽개쳐 둘 수는 없었다”며 이번 시집 발간의 의미를 밝혔다.

 

  박 시인은 일제강점기 말기인 1939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해방 이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어린 나이에 한국동란을 겪었다. 20대 초반에 모 대학교 국문학과에 진학한 앞뒤로는 1960년 4.19혁명과 1964년 6.3한일수교반대 데모에 앞장섰고, 66년 졸업 후부터 당시 초현실주의 조향(본명 조석제) 시인의 손에 이끌려 상경한 이래, 1970년 초반 3년간의 파독 광부 생활 중에 써둔 시들을 모아서 당시 <후반부> 동인을 이끌었던 김규동 시인의 추천으로 1972년 첫 시집을 출간했다. 이후로 시인의 인생은 시를 짓는 일이 주업이 되었다. 1990년대 중기 산본신도시에 입주한 이후 군포시 문인협회장, 예총 회장 등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하며 그의 진가는 더욱 빛을 발했다. 질곡(桎梏)의 시대를 견뎌낸 그이기에 현실의 삶은 오히려 안온하다. 그는 말한다. “별 탈 없이 지내자”고. “건강이 최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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