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경위 군포시 수리동 8단지 한양수리아파트에 거주하는 L씨(88세)는 2023년 5월 9일 오전 11시경 시내버스를 타려고 수리산로 40 일대의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이었고, 이때 승용차 1대가 ‘잠시 멈춤’ 법규를 무시한 채 횡단보도 흰색 라인까지 침범, 신변 위협을 느끼게 했다. 가까스로 저지하고는 항의하고자 운전자석 유리창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불응, 112지구대 교통순찰차를 부르고도 20대 여성 운전자로부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하고 경찰이 운전자에게 주의를 주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런데 마침 건너편 길을 걷고 있던 지인 D씨가 법규위반 장면을 사진에 담아 L씨에게 건네주었고, L씨는 이 사진을 증거자료로 삼아 군포경찰서 경비교통과로 찾아가 정식 민원을 제출하고자 했다. 그러나 전자 청구만 가능하다는 말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래 내용은 당일 오후 5시 46분께서야 겨우 작성한 전자청구 민원신청 내용이다.
전자청구 민원 내용 L씨가 작성한 민원신청 내용은 이러하다. “2023년 5월 9일(화) 오전 11시경 경기도 군포시 수리산로 40, 계룡아파트 정문 건널목(버스정류장)에서 상향 이동 중이던 승용차량이 50m 전방 거리에서 보행자(본인)를 보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직진하여 본인은 상당히 놀라고, 이에 신고합니다.” (첨부파일: 위반차량 횡단보도 진입장면 사진 1매)
1차 민원 처리(2023/05/10 접수) 교통관리계 C경위가 답변한 처리결과는 이러하다. “본 민원의 취지는 ‘횡단보도통행보행자보호의무위반’에 해당하나, 제보 영상이 피신고차량의 번호판과 명확히 식별되지 않아 정상처리되지 않았습니다. 신고자가 일방적으로 주장한 시각도 영상매체에서 명백히 확인되지 않아 범칙금 또는 과태료 처분이 불가합니다” 정상 미처리의 이유가 흐릿한 사진영상(L씨가 스캔을 떠서 제출해 실제 번호판 판독이 곤란했음)에 있음을 인지하고 사진영상 원본을 첨부, 2023년 6월 2일 동일 청구내용으로 재신청했다.
2차 민원 처리(2023/06/05 접수) 교통관리계 C경위가 답변한 2차 처리결과는 이러하다. “도로교통법 제27조 1항 횡단보도통행보행자보호위반(일시정지위반)에 관한 위반 사실은 확인되었으나, 발생일 다음날로부터 2일 경과되어 신고할 경우 ‘계도, 경고’ 처분이 이뤄짐을 알려드립니다. 경과시간이 오래되어 단속해야 하는 경우에는 계도처분하도록 한 경찰청 지침에 따라 해당 차량 운전자에 대해 경고 조치와 함께 교통질서 안내장을 발부, 향후 위반이 재발되지 않도록 계도조치했습니다” 이에 경찰청 민원처리과정 만족도 조사에서 L씨는 ‘매우 불만족’, 그 사유로 ‘민원 이해 부족’, ‘부분해결’되었음을 적시했다.
기자의 시선 전자청구 민원 신청에 대한 경찰 관계자 C경위의 서면답변은 이처럼 매우 정중했으나, L씨의 최종 입장은 매우 불만족스럽다. 그 이유는 대강 이러하다.
첫째, 민원 신청 접수의 융통성 결여이다. 힘들게 경찰서 민원실까지 찾아갔음에도 막무가내 전자 접수만 가능하다며 현장 접수를 거부당했다. 90이 다 되어가는 연령대로선 어려운 발걸음이었다. 하마터면 큰 사고를 당할뻔한 현장에서도 출동한 경찰은 매우 미온적인 조치만 취했고, 젊은 여성 운전자는 사과 한마디 안 한 채 가버렸으니 오죽했으면 경찰서까지 직접 찾아갔을까만 C경위는 원칙만 내세우며 정중했던 서면답변 어투와는 달리 상담에 친절히 응해주지 않았다. 이래서는 누가 감히 마음 편히 민중의 지팡이를 찾아가 하소연할 수 있으랴
둘째, 교통위반 처벌 법규의 솜방망이 잣대다. C경위가 답변서에 명시한 도로교통법 제27조 1항에는 “모든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도록 그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된 곳에서는 그 정지선을 말함)에서 일시 정지하여야 한다”로 기술되어 있다. 이는 보행자 보호를 강화하는 조치로 2022년 7월부터 기존의 대상 범위를 ‘통행하고 있을 때’뿐만 아니라 ‘통행하려고 하는 때’까지로 확대 시행되고 있지만, 운전자에게 보행자 횡단 방해 범칙금(승합차 7만원/승용차 6만원/이륜차 4만원/자전거·수레 3만원)과 벌점 10점(신호위반시에는 15점)이 부과되는 경우는 집중단속 기간이 아니고는 무척 드문 편이다. 강화된 개정법이 시행되고도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무시하는 차량들이 여전히 횡행한다. 특히 우회전 교차로는 교통 우범 장소임에도 보행자들이 차량 눈치를 봐가며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게 일상사다.
L씨가 별도로 군포경찰서 국민신문고에 청구했던 ‘2023년 1/1~5/31(5개월간) 군포시 횡단보도 차량위반 신고처리 건수’ 정보공개 요청자료에 의하면, 그 건수가 29건(월평균 5.8건)에 불과하다. 열흘에 평균 2건도 안 될 정도이니 이는 운전자들이 도로교통법을 매우 잘 준수하고 있거나 보행자들이 매우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후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법은 지키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신고해야만 지켜질 법이라면 법질서의 정착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계도와 준엄한 벌칙이 수반되어야 한다. 시행 1년이 다 되어가는 강화된 보행자보호법을 ‘보행자 스스로 알아서 조심히 걸어다녀야 한다’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 모두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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