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여론에도 방송사는 한동안 유튜브에 올린 해당 뉴스의 클립을 삭제하지도, 사과를 표하지도 않았다. “영상에 나온 위치는 의용병들의 구체적인 위치가 아니다” “의용병들은 방송 1주 전에 인터뷰에 응했고 이후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등의 해명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해명과 달리 영상 속 지도는 도로와 거리의 위치가 드러날 만큼 정교했다. 이에 한 네티즌이 지도상의 위치에 있는 호텔의 객실 사진과 의용병 인터뷰 영상을 대조한 결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나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칫하면 심각한 민간인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의용병이 머무른 곳은 최전선이 아니라 민간인 구역이다. 현재 러시아군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민간인 피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폭격을 감행해 국제사회의 질타를 받고 있다. 만일 러시아군이 한국 공영방송 정보에 의존해 의용병 거점을 파괴할 목적으로 폭격을 감행했다면 이 방송사는 민간인 사망의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방송 직후인 3월 28일 당일에는 러시아군이 해당 지역 방향으로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이 요격에 성공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있었다. 러시아군이 정확히 의용병들이 있던 장소를 노렸는지는 불명이나, 요격에 실패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니 아찔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이 공영방송의 대응에서 기자 윤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언론사의 비판 기사가 줄을 잇고 해당 논란이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까지 전해진 뒤에야 비로소 영상을 삭제했다. 사과나 추가 해명은 없었다. 사과가 이루어진 것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3월 30일이었다. 이 공영방송은 시청자 청원이 1,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반드시 답변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사건을 보도한 기자의 해고와 방송사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청원이 하루 만에 2,600여 명의 동의를 얻고 나서야 방송사는 의무에 쫓긴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은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에게는 책임이 없으며 잘못은 지도 그래픽 처리에 있었다는 내용, 해당 지역 거주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에 대한 사과 등이 담겼다. 그러나 기자 잘못이 아니라면 누가 책임을 지는가에 대해서는 일절 나와 있지 않았다. 이에 새로운 시청자 청원이 시작되었으나, 일주일을 넘긴 4월 6일 현재까지 방송사 측의 추가 답변은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 관심이 식으며 청원 동의 인원이 의무 답변 기준인 1,000명에 미치지 못하자 답변을 피하는 모양새다.
공영방송의 이러한 태도는 당장은 사건을 흐지부지 잊히게 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청자인 국민의 신뢰를 파는 일이다.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영방송의 책임 있는 모습을 속히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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