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후] 재난현장 최전선에 선 군포시민들
김기홍 기자 | 입력 : 2022/03/07 [08:32]
기자가 수리사쪽 산불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5일 저녁 8시경. 수리사 뒤편 능선은 이미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고 산허리까지 내려온 불길은 바람을 타고 번지고 있었다. 수리사 경내에선 소방관들이 소방호스를 풀어 주변에 물을 뿌리며 방화선을 형성했다. 산허리 쪽에는 몇 개의 불빛이 분주히 움직이고 크게 외치는 소리로 진화작업 중임을 알 수 있었지만 캄캄한 어둠 속이어서 그들의 동선은 알아볼 수 없었다. 다수의 인원들이 밑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현장이 너무 어둡고 경사가 심해서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듯 했다.
▲ 6일 오후 12시 산불 진화 후 철수 직전 군포의용소방대원 1 (사진=김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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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진을 담고 있던 중에 대원들에게 식수를 갖다줘야 한다고 외치는 소방관과 눈이 딱 마주쳤다. 기자는 기꺼이 생수 한박스를 들고 의용소방대원 한분을 따라 현장으로 올라갔는데 몇 걸음 못가서 후회했다. 불길이 지나간 자리의 흙은 뜨겁고 부드러워져서 발을 디디면 쉽게 미끌렸고 경사가 급해서 네 발로 기다시피 올라가는데 몇 번이나 넘어질뻔한 아찔한 상황을 마주하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중간 중간 의용소방대원들이 라이트를 비춰주고 코스를 알려주면서 조심히 올라오라고 손짓했다. 숨을 헐떡이며 생수 한병을 건네니 ‘안 그래도 목이 말랐다며’ 고마워한다.
▲ 군포 의용소방대원과 공군부대원 등이 살수로 불길을 잡고 있다. (사진=김기홍)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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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선 이곳을 쓸고 간 불길이 활활 타고있고 5-6명의 인원이 방수호스를 붙잡고 물을 뿌리고 있었다. 이들에게도 물을 건네고 고생이 많다는 말을 하는 순간 불 붙은 통나무가 불꽃을 날리며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바로 이어서 ‘돌 굴러간다’라는 큰 소리와 쿵쿵거리며 보이지 않는 돌 굴러오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소방대원 뒤로 숨었다. 다행히 한참 옆으로 굴러갔지만 이곳이 언제든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심각한 재난현장임을 깨달았다. 임무를 마치고 혼자서 바닥을 더듬으며 숲길을 내려오는데 소방관들이 뿌려놓은 물이 얼어서 몇번을 미끄러지고 겨우 내려올 수 있었다. 무사히 내려와 위를 올려다보며 제대로 서있기 힘든 경사면에서 호스를 끌어올려 물을 뿌리고 물탱크를 짊어지고 위험을 감수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군포의용소방대원들이 참 대단하고 숨은 영웅들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 덕분에 천년고찰 수리사는 안전하게 지켜지리라 믿고 일단 첫날 취재를 마치고 하산했다.
▲ 6일 오후 12시 산불 진화 후 철수 전 군포의용소방대원 2 (사진=김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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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틑날 아침에 도착한 현장 위로 3-4대의 헬기가 수시로 물을 뿌려대고 있다. 이럴때 가까운 곳에 저수지가 2개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수리사 현장에는 발디딜 틈 없이 시 공무원경찰, 군인 등 다수의 지원인력으로 가득했다.
▲ 6일 오후 12시 산불 진화 후 철수 전 대야동자율방재단원 (사진=김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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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대야동 자율방재단원들의 뒤를 따라 잔불정리를 위해 산을 올랐다. 단원들은 최근 몇년간의 산불의 이력을 불러내며 그때마다 방재단이 어떤 활약을 했는지 알려주셨다. 화마가 지나간 숲은 검은 멍자국과 그을리고 넘어진 나무들로 상처를 드러냈다. 숲 바닥에 쌓인 낙엽들은 불쏘시개로 금방 타버렸고 그 밑에 켜켜이 쌓인 부엽토는 천천히 타들어가며 언제든 다시 타오를 불씨가 되기에 잔불 정리는 바닥을 긁고 물을 뿌린 뒤 발로 밟아서 불씨가 날리지 않도록 하는 힘든 작업이다. 작업자들이 등에 지고온 물은 금방 바닥나서 발로 열심히 밟아 끄다가 불씨가 신발에 들어가 화상을 입는 경우도 생겼다. 이런 수고 끝에 산불은 잡혔고 열심히 물을 퍼붓던 헬기들고 다른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다.
▲ 6일 오후 12시 산불 진화 후 철수 직전 대야의용소방대원 (사진=김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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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진화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수리사현장에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시민들이 있었다. 평상시 산불감시와 초기 진화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군포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은 이틀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현장을 지켰다. 군포시의용소방대원들은 현장에서 가장 열심히 활약하는 시민들이고 위험한 임무를 감당하는 대단한 자원봉사자들이다. 유사시 관할 소방서장의 지휘를 받고 정규소방대원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되었다. 일반 시민들에게 산불은 아파트 베란다 창문으로 바라보는 먼 불구경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바라본 산불은 어떤 상황보다 시민들의 참여가 절실한 재난현장이었다. 시민들의 힘으로 지켜낸 수리산의 내일은 좀더 안전하길 기대해본다.
▲ 6일 오후 12시 산불 진화 후 철수 전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사진=김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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